재경일보

AI 가상 모델 내세운 광고에 '가상 인물' 표기 의무화... 공정위, 내달부터 지침 시행

정휘 기자
AI 가상 모델 내세운 광고에 '가상 인물' 표기 의무화... 공정위, 내달부터 지침 시행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로 생성한 가상 인물을 활용하여 상품을 광고할 경우, 해당 모델이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심사 지침 개정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가상 인물을 실존 인물이나 전문가로 오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기만 행위를 차단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가상 인물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 및 보증하는 광고를 할 때 가상 인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광고계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상 인간 마케팅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광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심사 지침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추천이나 보증을 활용한 광고가 부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기준을 담고 있는 하위 규정이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이 지침은 광고주와 매체사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법적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위반 시 시정 조치의 근거가 된다. 공정위는 AI 기술의 발전이 광고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으나, 이것이 소비자 기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이번 개정안에 투영했다.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 문자가 중심이 되는 매체에서 광고를 통해 추천이나 보증을 할 경우에는 소비자가 정보를 접하는 초기 단계에서 가상 인물 여부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게시물의 제목이나 본문의 첫 부분에 '가상 인물 포함'과 같은 문구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이는 소비자가 글을 모두 읽기 전에도 해당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다.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영상 매체에서도 가상 인물의 정체를 숨기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되며 가시성이 확보된 방식으로 정보를 노출해야 한다.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전체 시간 동안 해당 인물과 근접한 위치에 '가상 인물'이라는 자막이나 문구를 상시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소비자들이 화면 속 인물을 실존하는 전문가나 실제 사용자로 오해하여 제품의 효능을 과신하게 되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단순히 가상 인물임을 표시했다고 해서 모든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용 경험에 대한 허위 묘사는 별도의 부당 광고로 간주될 수 있다. 가상 인물임을 명시했더라도 해당 모델이 마치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본 것처럼 경험을 꾸며내어 표현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실존하지 않는 존재가 물리적인 사용 경험을 가질 수 없다는 상식적 판단에 근거하여, 가공된 경험을 실제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는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 지침을 통해 소비자들이 광고 속 인물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보다 합리적인 소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 인물 마케팅이 가진 창의성은 존중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공백을 제도적으로 메우겠다는 의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 지침에 따르지 않은 표시·광고를 시정하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향후 엄격한 법 집행과 사후 관리 계획을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 인물을 활용한 마케팅의 신비주의 전략이나 몰입감이 규제로 인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영상 매체에 상시 자막을 노출하는 방식이 콘텐츠의 시각적 완성도를 저해하고 기업의 마케팅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가 기업의 마케팅 편의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법치주의 원칙이 이번 지침의 핵심 논거로 작용했다.

정부는 이번 지침 시행 이후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지능화되는 부당 광고 수법에 대한 대응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가짜 정보와 가상 인물이 광고 시장의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법 집행 기관의 감시망 역시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향후 광고 제작 단계에서부터 가상 인물 활용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검토해야 하며,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가상#모델#내세운#광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