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불황의 늪 빠진 철강업계, 포스코 7.1%·현대제철 150% 인상 요구에 '내우외환' 심화

이성경 기자
불황의 늪 빠진 철강업계, 포스코 7.1%·현대제철 150% 인상 요구에 '내우외환' 심화
©연합뉴스

 

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수요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노조의 강력한 임금 인상 요구와 하청 교섭 문제라는 내부 암초를 만났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을, 현대제철 노조는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으며, 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노사 관계의 불확실성은 기업의 경쟁력 회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철강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노조의 고강도 임금 요구라는 내부적 위기에 직면하다. 업계 1위인 포스코는 기본급 7.1% 인상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으며, 현대제철 노조는 전년 대비 성과급 150% 인상을 주장하며 대치 중이다. 이러한 요구는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이 급감한 시점과 맞물려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0일 기본급 7.1% 인상을 포함한 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하고 본격적인 세력 과시에 나섰다. 양측은 이달 초 상견례를 통해 임단협의 물꼬를 틀 예정이지만, 협력사 직원 7,000명의 직고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노조는 이미 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협력사 직원 직고용 결정에 반발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행정지도 처분으로 인해 쟁의권 확보에는 실패하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번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직고용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나 노조의 요구 사항이 다각화되면서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현대제철 노사 역시 지난달 8일 첫 상견례 이후 지난달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보다 150% 인상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4차 교섭까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다. 노조는 차기 교섭에서 조합원의 기대에 부응하는 안을 내놓으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의 시행은 철강업계의 노사 리스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현대제철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하며 원청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할 가능성을 열어두다. 현대제철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며 법적 기준의 명확화를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통보받고 재심 절차를 밟는 등 유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경우 기업의 관리 비용 증가는 물론 노사 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생산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강 산업 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기업들의 실적 지표는 이러한 내부 갈등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인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7,0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으나, 핵심인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3,450억 원에 그치며 23.8% 급감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본업에서의 수익 창출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결과다.

현대제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연결 기준으로는 1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별도 기준으로는 72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다. 국내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한 봉형강 수요 급감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파상공세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다. 적자 구조 속에서 노조의 고액 성과급 요구는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철강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며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리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장벽을 강화함에 따라 한국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 역시 해결되지 않은 채 글로벌 철강 가격을 하락시키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 기업들은 탄소중립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과 공정 전환에 힘쓰고 있으나 수익성 확보는 요원하다. 친환경 설비 투자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제품 가격에 이를 전가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복합 위기 상황에서 내부의 노사 분규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노조 측은 기업의 영업이익 수치와 관계없이 노동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시장 질서와 법치에 근거한 합리적인 수준의 협상이 선행되어야 산업 전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맞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관세와 수요 침체 등 대외 여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노조와 기업이 현명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고 지적하다.

향후 철강업계 노사 협상은 하청 노조의 교섭권 인정 여부와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싸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법적 해석의 차이는 노사 간의 불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신수요 확보와 기술 혁신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내부 갈등 관리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은 국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손실이다.

결국 철강업계의 반등 여부는 노사 양측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교섭 문화를 정착시키고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한 현실적인 합의안 도출이 시급하다.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내부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다면 한국 철강 산업의 위상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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