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자본이 튀니지의 전략적 입지 및 숙련된 인력과 결합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튀니지 외교장관은 한국을 단순한 자원 확보 대상이 아닌 공동 번영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실질적인 프로젝트 중심의 협력을 촉구했다.
나프티 장관은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한국과 아프리카 간의 경제 협력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발전 모델이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 독보적인 영감을 준다며 양측의 협력이 기술 주권 확보와 글로벌 무역 장벽 극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12년부터 5년간 주한 대사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국민의 역동성과 '한강의 기적'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명했다.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자원 민족주의가 심화하는 현재의 국제 정세는 공급망 다각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만들었다. 나프티 장관은 미-이란 전쟁 등 복합적인 대외 변수 속에서 아프리카가 한국의 글로벌 무역 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했음을 역설했다.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해상 초크포인트의 지속적인 교란은 아프리카 대륙의 물류 가치를 급격히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단순한 자원 채굴이나 일회성 원조를 넘어선 고도화된 산업 협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핵심 광물 채굴에 그치지 않고 현지 가공 공장 건설과 물류 인프라 개선에 참여해 제조업 투자를 공동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넘어 제도적 역량 강화와 디지털 거버넌스 등 한국만의 '개발 소프트웨어'를 전수받기를 원하는 현지의 수요를 반영한다.
튀니지는 1,200만 명의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고도로 통합된 경제 연결점으로서의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4억 5,000만 명의 유럽 시장에 관세 없이 진출할 수 있으며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와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을 통해 13억 명의 아프리카 시장으로 나아가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의 기술력과 튀니지의 시장 접근성을 결합하면 아랍 세계 전역을 아우르는 3자 협력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스마트 제조 등 지식 집약적 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한 전문성은 튀니지의 국가 현대화 전략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미 튀니지에서는 전자 조달, 디지털 공공행정, 로봇 수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도입되어 우수성을 입증한 바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장부품 공장 5곳을 운영하며 현지화에 성공하여 유럽 현대·기아차 공장에 납품하는 유라코퍼레이션은 양국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나프티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식민주의 유산이나 패권적 주장이 없는 한국은 공동 번영에만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아프리카 전역에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지정학적 접근 방식은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고성장 시장에 진출할 때 타 선진국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민간 부문은 이를 활용해 미개척 소비자 시장을 선점하고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실익을 거둘 수 있다.
다만 아프리카 대륙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 체계는 한국 기업들에 여전히 실무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존재한다. 급격한 시장 확대가 자칫 현지 산업 보호 논리와 충돌하거나 물류 비용의 변동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일부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시장 선점의 기회비용을 고려할 때 보다 전향적인 투자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외교장관회의는 2024년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정치적 선언을 실질적이고 다분야에 걸친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 교육, 과학 협력, 민간 부문 투자 확대 등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생 파트너십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인 단순 무역 관계를 넘어 현지 공동 생산과 합작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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