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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해고 사유 숨긴 서면 통지는 무효"... 법원, '경영난 핑계' 병원장에 패소 판결

이겨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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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해고 사유가 업무능력 저조임에도 서면에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기재해 통보한 행위는 근로기준법상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해고 사유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해고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정적 근거라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제시한 위로금 지급이나 퇴사일 협의 과정 역시 자발적 사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 명확히 정의됐다.

해고 사유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모호하게 적시하여 서면으로 통지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병원 운영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주장하는 실질적 해고 사유와 서면에 기재된 명분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법 위반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이번 사건은 병원 운영자 A씨가 2024년 7월 내과 진료과장 B씨에게 '경영상의 이유'를 사유로 적시한 계약 종결 통보서를 전달하면서 시작되었다. A씨는 당시 문서에 해고의 구체적인 배경을 담지 않은 채 경영 위기만을 짧게 언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B씨는 해당 통보가 부당하다며 같은 해 11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노동당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한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채용 당시 내과 전문의 자격을 허위로 고지했으며 업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낮아 병원 운영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즉, 실질적인 해고 원인은 B씨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와 기망 행위에 있었다는 논리였다.

사용자인 A씨는 B씨가 퇴사일을 세 차례나 직접 제안하며 변경하는 등 해고 조치를 별다른 이의 없이 수용했다고 강변했다. 또한 근로계약 합의 종료의 대가로 위로금 600만 원을 지급했고 B씨가 이를 수령했으므로 해고가 아닌 합의 해지라고 강조했다. A씨는 이러한 정황들이 근로관계 종료에 대한 양측의 의사 합치가 있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용자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며 근로관계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종료된 해고임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은 직후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에 주목했다. B씨는 문자를 통해 예고 없는 해고 통지에 대해 분명한 항의의 뜻을 밝히며 법적 절차를 통한 권리 구제를 예고했다.

근로자가 퇴사일을 변경하여 제안한 행위는 해고라는 기정사실 앞에서 후속 조치를 협의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원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이를 자발적인 사직 의사 표시나 해고 수용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방적인 해고 통보 이후에 이루어진 실무적인 일정 조율은 근로계약 해지의 합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A씨가 지급한 600만 원의 성격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용자의 주장과 상반된 결론을 내놓았다. 해당 금액은 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명령에 따라 건네진 미지급 임금일 뿐, 자진 퇴사를 조건으로 한 위로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행정당국의 강제적 조치로 지급된 돈을 합의의 증거로 삼으려는 사용자의 논리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특히 근로기준법 제27조가 규정한 해고 사유의 서면 통지 의무 위반을 부당해고의 결정적 사유로 확정했다. A씨는 경력 허위 고지와 업무 능력 저조를 실제 사유로 내세우면서도 서면에는 이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법원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는 법 조항은 근로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강행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해고의 실질적 정당성을 확보했더라도 절차적 요건을 무시할 경우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원칙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재판부는 실제 사유와 다른 명분을 서면에 기재하는 행위는 근로자가 해고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응할 기회를 박탈한다고 보았다. 이는 법치주의에 기반한 노동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한 잣대로 풀이된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근로자의 명백한 과실이나 기망 행위가 있을 때조차 절차적 미비만을 근거로 해고를 무효화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경영권 행사의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해고에 있어 절차적 정의가 실질적 사유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사용자는 해고 사유를 서면에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하며, 실제와 다른 사유를 기재하는 것은 법적 효력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번 판결은 인사 관리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 없이 임의로 사유를 기재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특히 중소 사업장이나 병원 등 소규모 조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절차적 오류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향후 기업들은 근로계약 종료 시 해고 사유의 일관성과 서면 통지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경영상 이유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는 업무 능력 저조 등 구체적인 징계 사유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번 판결은 노동 시장의 투명성과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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