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2028년 총선 재외국민 참정권 '골든타임' 임박... 우편·전자투표 도입 위해 올해 법 개정 사활

김영 기자
2028년 총선 재외국민 참정권 '골든타임' 임박... 우편·전자투표 도입 위해 올해 법 개정 사활
©연합뉴스

 

2028년 실시되는 제2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우편 및 전자 투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재외국민 투표율이 10.4%라는 저조한 수치에 머문 가운데, 재외동포청과 전문가들은 예산 확보와 시스템 구축 기간을 고려할 때 정치적 결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재외국민의 헌법적 권리인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정비가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재외동포청은 2028년 4월 12일로 예정된 제23대 국회의원 선거에 우편 및 전자 투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늦어도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비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올해 중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행 공관 중심의 투표 방식이 원거리 거주자의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한하여 사실상 투표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행 재외선거 제도는 2012년 도입 이후 14년간 운영되어 왔으나 낮은 참여율과 지리적 제약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실제로 지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외국민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대비 10.4% 수준에 그치며 참정권 행사의 불평등 논란을 야기했다.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는 재외국민이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제도 개선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국회의 전향적인 자세와 입법 지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김 청장은 "재외선거는 국가가 베푸는 시혜가 아닌 국민의 당연한 헌법적 권리이며 보안 기술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었기에 이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동포청은 올해 초부터 행정안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실을 대상으로 60여 회에 걸친 면담을 진행하며 법 개정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국제적 기준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재외선거 제도는 국가의 기술적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이미 재외선거에서 우편투표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유권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IT)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보안 안정성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미루는 것은 시대적 흐름과 국가 경쟁력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재외동포 단체들 역시 현행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조속한 입법을 통한 참정권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 회장은 대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겪어야 하는 생업 공백과 과도한 비용 부담을 '국가의 직무 유기'로 규정했다. 세한총연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재촉하기 위해 과거 실시했던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다시 추진하는 등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학계에서는 기술적 결함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행정적 부담이 제도 개선의 실질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진영 인하대 교수는 실제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정당 간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이나 선거 관리 기관의 권한 및 업무 범위에 대한 부담 등 정치적·행정적 고려가 작용해 왔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편, 전자, 현장 투표를 유연하게 결합하는 분산형 선거 관리 방식을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는 대리투표 가능성과 각국의 우편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부정 선거 시비가 발생할 경우 선거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신중론은 제도 도입의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모든 제도에는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으나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책과 법적 처벌 규정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8년 총선을 위한 법적 마지노선은 물리적으로 2027년 상반기로 보이나 예산 확보와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글로벌 한인 사회의 위상이 높아진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 범위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향후 재외선거구 신설이나 비례대표 확대 등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를 실질화하기 위한 포괄적인 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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