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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베트남에 9500억 규모 초음속 미사일 수출… 남중국해 군사 균형 재편

김영 기자
인도, 베트남에 9500억 규모 초음속 미사일 수출… 남중국해 군사 균형 재편
©연합뉴스

 

인도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핵심 당사국인 베트남과 약 9,500억 원 규모의 브라모스(BrahMos) 초음속 순항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중국의 해상 팽창을 저지하려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무장 강화 흐름과 인도의 방산 수출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은 국방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역내 안보 질서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인도는 베트남에 대규모 초음속 미사일을 공급하기로 결정하며 동남아시아 방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확대했다. 라제시 쿠마르 싱 인도 국방부 차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베트남과의 브라모스 미사일 판매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번 계약의 전체 규모는 훈련 지원과 장비 도입 비용을 모두 포함하여 약 6억 2,900만 달러, 한화로 약 9,5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인도 국방 당국은 이번 계약이 양국의 안보 결속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싱 차관은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베트남과의 계약은 아직 공식 발표 전 단계이나 이미 서명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뉴델리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국방 협력 강화의 실질적인 조치다.

브라모스 미사일은 인도가 러시아와 공동 개발하여 1989년부터 실전에 배치한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이 미사일은 최소 380km의 사거리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무력 충돌 당시 실전에 투입되어 그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베트남은 지난 2018년부터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중국과의 영유권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 미사일의 도입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인도의 이번 미사일 수출은 베트남에 국한되지 않고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인도는 이미 2022년 필리핀과 189억 필리핀 페소 규모의 브라모스 미사일 3대 판매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초 첫 인도분을 전달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무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브라모스 미사일 도입을 위한 최종 단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전문가들은 인도의 공격적인 미사일 수출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태국,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까지 브라모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인도가 단순한 무기 수입국에서 벗어나 전 세계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무기 공급이 역내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는 자구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초음속 미사일의 확산은 남중국해의 긴장 수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적 중립 관점에서 볼 때, 무기 체계의 고도화는 억지력 확보와 동시에 우발적 충돌의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액트 이스트(Act East)' 정책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군사적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싱 차관은 "인도네시아와도 미사일 공급을 위한 유사한 계약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덧붙이며 추가 수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인도와 동남아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형성된 거대한 안보 블록의 출현을 의미한다.

결국 베트남의 브라모스 미사일 도입은 남중국해 내 중국 해군력에 대한 실질적인 거부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인도는 이를 통해 방산 수익 창출은 물론, 중국의 앞마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중의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향후 인도가 동남아시아 안보 질서에서 '순 안보 제공자(Net Security Provider)'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가 국제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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