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단위로만 사용 가능했던 연차 유급 휴가를 내년부터는 시간 단위로 세분화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근로 시간이 4시간인 단시간 근로자가 휴게 시간 없이 즉시 퇴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연차 사용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는 엄격히 금지된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비롯한 총 60여 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연차 유급 휴가의 사용 방식이 기존 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대폭 유연화된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근로자가 개인 사정에 맞춰 휴가를 쪼개 쓸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는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권을 보장하고 노동 시장의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개정안은 노·사·정이 참여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물이다.
근로 시간이 4시간인 경우 근로자가 원하면 휴게 시간 없이 즉시 퇴근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됐다. 현행법상 4시간 근무 시 30분의 휴게 시간을 의무적으로 가져야 했으나, 앞으로는 근로자의 명시적 요청이 있을 시 곧바로 귀가할 수 있다. 이는 단시간 근로자의 편의를 높이고 산업 현장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휴게 시간 유연화 조치는 법안 공포 6개월 후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사용자가 연차 유급 휴가의 청구나 사용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법전에 명시됐다. 이는 휴가 사용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여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개정된 연차 분할 사용 허용 규정은 법안 공포 1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경직된 노동 문화를 개선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이른바 '워라밸'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방위산업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 처벌 수위와 범위도 대폭 강화된다.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유출하거나 침해한 자에 대한 처벌이 상향됐다. 기존에는 외국에서 사용하게 할 '목적'이 입증되어야 형사 처벌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고의성만 확인되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 유출을 사전에 억제하고 방산 생태계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장치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과학기술 인재 양성 체계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공계지원특별법 개정으로 특정 대학들을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구축됐다. 아울러 전자장치 부착자의 접근 금지 명령 위반 사실을 피해자에게 모바일 앱이나 문자로 즉시 통지하는 시행령도 의결됐다. 보호관찰소의 장은 위반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신속히 통지하여 피해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공연장 내 다중 운집 인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 관리 대책 수립은 이제 운영자의 의무가 된다. 공연법 시행령 개정안은 무대 시설 설치 및 해체 시의 안전 관리 방안을 재해 대처 계획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 등이 국립대 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 의료기관에서 폭넓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 지원 체계를 확대했다. 5·18 민주 유공자와 참전 유공자, 고엽제 후유증 환자 등이 이번 수혜 대상에 포함되어 보훈 복지가 강화됐다.
중남미 지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국제 기금 출연 및 사무소 설립 안건도 국무회의 문턱을 넘었다. 제4 다자투자기금 가입과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 한국 사무소 설립은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남미 시장 내 한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투자 협력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한국 사무소 소속 임직원에게 부여되는 특권과 면제 범위를 정해 원활한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연차의 시간 단위 분할 사용이 기업의 인력 운용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인력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잦은 휴가 사용으로 인한 업무 공백 관리에 실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 일부에서도 분할 사용이 자칫 장기 휴가 사용권을 침해하거나 사용자의 업무 지시 편의에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시간 단위 연차 제도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생산성 유지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실무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적 강제성이 부여된 만큼 산업 현장에서의 질서 있는 안착 여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는 개정안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고 현장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근로자의 자율적 휴가 사용권과 기업의 경영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부 시행 세칙 마련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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