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3 지선 D-1, 격전지 비운 여야 지도부... '전·현직 대통령 브랜드' 대리전 전면화

김영 기자
6.3 지선 D-1, 격전지 비운 여야 지도부... '전·현직 대통령 브랜드' 대리전 전면화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여야 지도부가 중도층 이탈을 막기 위해 격전지 방문을 최소화하는 대신 전·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활용한 ‘브랜드 대리전’에 사활을 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정 안정론을,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해 보수 총결집을 시도하며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서다.

6·3 지방선거 본투표를 앞두고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가 접전지 직접 등판을 자제하는 이른바 ‘로키(Low-key)’ 식 선거 전략을 고수하며 중원 공략에 집중하다. 이는 강성 이미지를 가진 지도부가 전면에 나설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스윙보터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대신 전·현직 대통령의 상징성을 빌려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행보로 분석되다.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시점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진보와 보수 진영이 극명하게 갈리며 곳곳에서 혼전 양상을 띠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과 핵심 접전지인 대구, 부산 방문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충청권 유세에 화력을 쏟아붓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현재까지 정 위원장의 동선을 분석하면 충청권 11회, 서울 5회, 경기 4회 순으로 나타나며 대구와 부산은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다. 텃밭으로 분류되던 전북 역시 김관영 후보와 이원택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는 격전지로 부상했으나 단 1회 방문에 그치며 후보 개인의 역량에 선거를 맡기는 전략을 취하다.

국민의힘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서울과 부산 등 주요 격전지 대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충청권 지원에 매진하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다. 장 위원장은 충남 5회, 대전 4회 등 충청권 유세에 집중했을 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의 합동 유세나 보수층 분열이 우려되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 현장 등은 방문하지 않다. 이러한 행보는 지도부의 등판이 오히려 중도층의 표심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 사이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다. 민주당은 정부 출범 이후 견고하게 유지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달라"며 기호 1번으로의 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반면 대선 패배 이후 구심점을 잃은 국민의힘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막판 유세전에 투입해 흩어진 보수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다.

선거 기간 중 발생한 연쇄적인 대형 안전사고는 여야의 유세 방식을 차분한 기조로 급격히 전환시키는 결정적 변수가 되다. 서소문 고가 붕괴를 시작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 폭발, 청주 SK하이닉스 유독가스 누출 사고가 잇따르자 여야는 로고송과 율동을 중단하고 유족 위로에 나서는 등 몸을 낮추다. 특히 민주당은 안전 이슈를 고리로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여권의 관리 소홀을 집중 부각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청래·장동혁 대표 모두 강성 이미지를 갖고 있어 스윙보터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원 유세를 해서 좋을 것이 없고, 중도층에도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다. 이러한 전문가의 견해는 여야 지도부가 왜 격전지 대신 중원을 택했는지, 그리고 왜 전직 대통령의 그림자 뒤에 숨어 유세전을 펼치는지에 대한 전략적 배경을 뒷받침하다.

다만 지도부의 이러한 기피 전략이 현장에서 직접 뛰는 후보들에게는 지원 부족이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다. 격전지 후보들은 지도부의 화력 지원 없이 상대 진영과의 고소·고발전에 내몰리며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허위사실 공표 의혹과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 논란 등 법적 공방은 투표 당일까지 과열된 양상을 보이다.

결국 이번 6·3 지방선거의 최종 승패는 돌발적인 안전 사고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심리와 전·현직 대통령 브랜드가 중도층에 미친 영향력에 의해 갈릴 전망이다. 여야가 막판까지 중원 공략에 사활을 건 가운데, 투표율과 부동층의 향배가 향후 4년의 지역 권력 지형을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 그리고 효율적인 행정 능력을 강조하는 보수층과 국정 안정을 바라는 지지층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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