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깜깜이' 오명 속 58인 각축, 교육감 선거 무효표 90만 표 벽 넘을까

김영 기자
'깜깜이' 오명 속 58인 각축, 교육감 선거 무효표 90만 표 벽 넘을까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교육감 선거가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58명의 후보가 출마하며 평균 3.6대 1의 경쟁률 속에 시작되었다. 교육 중심지인 서울은 역대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난립하며 극심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경기도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가 맞붙는 양자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낮은 인지도와 단일화 실패로 인한 부동층의 향방이 선거 결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선거에서 발생한 90만 표의 무효표 사태가 재연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총 58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이번 교육감 선거는 후보 단일화 실패와 유권자의 무관심이라는 고질적인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3.6대 1로 집계되었으며, 총유권자 4천464만 9천908명 중에는 교육 정책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18세 이상 학생 유권자 19만여 명이 포함되어 있다. 각 지역 후보들은 막판까지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고소·고발 공방과 단일화 과정에서의 잡음이 정책 대결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 행정의 상징성을 가진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는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많은 8명의 후보가 출마하며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지로 부상했다. 진보 진영의 정근식 현 교육감과 보수 진영의 조전혁 전 국회의원을 필두로 윤호상 한양대 겸임교수, 김영배 예원예술대 부총장, 한만중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 이학인 신한대 부교수,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장, 류수노 전 방통대 총장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각 진영에서 단일화 기구를 통해 후보를 선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 출마가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은 가중되는 형국이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보수 성향의 임태희 현 교육감과 진보 성향의 안민석 후보가 맞대결을 펼치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후보는 교육 현장의 보수적 가치 수호와 진보적 혁신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수도권 교육 권력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승부를 예고했다. 경기도는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인 만큼 이번 대결의 결과가 향후 국가 교육 정책 기조에 미칠 영향력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대전광역시 교육감 선거는 설동호 교육감의 3선 연임 제한으로 인해 이른바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한 5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맹수석 충남대 명예교수,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오석진 배재대 대외협력교수, 정상신 대전미래교육연구회장, 진동규 청정유성 정책포럼 대표가 출마하여 새로운 교육 수장의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역인 만큼 후보들의 정책적 차별화와 인지도 확보가 당락을 결정지을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번 선거에 나선 현직 교육감 11명의 수성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난 2022년 선거 당시에는 출마한 현직 교육감 13명 중 9명이 당선되며 높은 생존율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단일화 변수와 부동층의 변화가 심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부산, 전남광주, 강원, 충북 등 주요 지역에서도 부동층을 흡수하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현직의 강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교육감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인 '깜깜이 선거'와 그로 인한 무효표 발생은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받는다.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 당시 무효표는 약 90만 표에 달했으며, 이는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의 2.6배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이름과 정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투표소에 들어서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교육 자치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깊다.

선거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의 낮은 관심도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의 면면을 살피지 않고 정당 번호가 없는 투표지에서 임의로 투표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교육 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당 공천이 배제된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성향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제도적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직선제 방식이 교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당 정치가 교육 현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교육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비록 후보 난립과 깜깜이 선거라는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 도입 시 발생할 교육의 정치 도구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약 5퍼센트 수준의 비판적 시각으로 존재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전국 교육 행정의 지형도가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022년 선거에서는 진보 9곳, 보수 8곳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이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지역별 교육 정책과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유권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결국 이번 교육감 선거의 성패는 막판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부동층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하느냐에 달려 있다.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과 교육 철학에 대한 면밀한 검증 없이 투표가 이루어질 경우, 교육 현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될 출구조사 결과와 무효표의 비중은 향후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 논의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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