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남 서부권은 겉으로는 변함없는 보수 텃밭의 면모를 재확인한 듯 보였으나, 그 속내는 정당 간판을 뛰어넘어 오직 인물과 실리를 좇은 유권자들의 과감한 선택이 빛을 발하며 무소속 약진이라는 반전을 선물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의 약진이었다. 당초 이재명 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보수 진영에 대한 반감 기류로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국민의힘은 사천시, 하동군, 함양군, 산청군 등 경남 서부권 다수 지역에서 자치단체장을 배출하며 보수 강세 구도를 굳건히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존 자당 소속 단체장이 재임 중인 남해군 한 곳만을 수성하는 데 그쳤다. 특히 남해군수 선거에서는 류경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류성식 국민의힘 후보를 단 131표 차이로 신승하는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며 예측 불가능했던 접전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보수 획일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유권자들은 정당 간판에 맹목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지역 현안 해결에 적합한 인물과 실리를 따지는 ‘교차 투표’ 성향을 보이며 지역 정치 지형에 의미 있는 균열을 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진주시와 거창군에서 나타난 무소속 돌풍이다. 진주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공천 배제라는 악재를 딛고 무소속 조규일 후보가 당선돼 지역 최초 ‘무소속 3선 시장’이라는 역사적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민선 7·8기 시정을 이끌며 검증된 조 후보의 인물론과 풍부한 행정 경험이 중앙당의 공천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강하게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거창군수 선거에서도 무소속 이홍기 후보가 현직인 구인모 군수를 누르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가운데, 이 후보는 과거 군수 재임 시절 구축한 두터운 지지 기반과 함께 불공정 공천 문제를 파고들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효과적으로 자극했다.
이처럼 진주와 거창에서 나타난 무소속 돌풍은 중앙 정당의 일방적 공천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유권자들이 중앙의 논리나 간판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를 선택하는 「실리주의」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역 정가 관계자들로부터 나왔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경남 서부권에서 단순히 보수 세력의 수성이라는 표면적 결과 너머에 ‘정당 간판보다 인물과 실리’를 추구하는 유권자들의 성숙한 정치 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이러한 ‘실리주의 표심’이 향후 지역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중앙 정당들이 지역 민심을 어떻게 포용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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