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송파 4만장 여분에도 투표대란… '50% 지침' 예견된 참사

고진아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한 12곳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연장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초유의 혼란이 빚어졌으나, 송파구 전체로는 4만2천여 장의 용지가 남았다는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의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50% 하한' 지침과 특정 동의 투표열기를 외면한 안일한 대처가 낳은 '예견된 대란'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 투표소에서 빚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혼란을 겪었다. 전국 22곳의 투표 중지 후 재개된 투표소 중 절반이 넘는 12곳이 송파구에 집중됐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투표가 오후 10시까지 연장되고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조치한 뒤에야 투표함이 이송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해당 투표소는 선거인 3천856명에 투표용지 1천900매가 인쇄돼 부족분이 명확했다.

이 같은 혼란은 송파구 전체적으로는 약 4만2천장의 투표용지가 남았다는 점에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송파구의 총 선거인은 56만5천368명이었으며, 본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23만9천910명(42.43%)이었다. 중앙선관위의 추정 인쇄량은 약 28만2천장으로, 이론상 4만2천장의 여분 용지가 있었어야 했다.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중앙선관위가 설정한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하한 '전체 유권자의 50%' 지침이 지목된다.

용지 부족 사태를 겪은 송파구 내 동들인 잠실2동(50.48%), 잠실4동(53.31%), 문정2동(52.08%), 잠실7동(51.93%)은 모두 본투표율이 중앙선관위 지침의 50%를 상회했다. 이는 송파구 평균 본투표율 42.43%와 서울 평균 39.64%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이들 지역의 뜨거운 투표열기가 용지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락2동도 용지 부족을 겪은 지역 중 하나였다.

송파 4만장 여분에도 투표대란… '50% 지침' 예견된 참사
[사진=연합뉴스]

이들 동의 높은 투표율 경향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제6회 및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잠실 등 이들 동의 본투표율은 50%를 넘어서는 흐름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투표용지 대란이 예견된 사태였음에도 선관위가 이를 간과했음을 보여준다. 강남구 청담동, 광진구 구의3동, 인천 연수구 동춘1동과 송도5동 등 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중앙선관위는 6월 5일 브리핑에서 송파구 전체로는 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으나, 146개 투표소별 선거일 투표자 수 편차로 일부 투표소에서 모자랐음을 인정했다. 이는 지역 실정에 따른 인쇄량 조정 지침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송파구선관위 등 지역 선관위의 안일한 대응에 책임론이 집중됐다. 반면, 사전투표율은 용지 부족을 겪은 동들 사이 일관된 경향이 없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 아닌, 중앙선관위의 안이한 예측과 융통성 없는 지침 적용, 그리고 지역 선관위의 유권자 투표열기 간과가 빚어낸 참사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준 만큼, 선관위는 이번 교훈을 토대로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투표용지 배분 시스템을 마련하며, 중앙 지침이 지역의 특수성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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