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투표지 부족이 부른 잠실 개표소 봉쇄 사태... 선거 신뢰도와 절차적 정당성 치명상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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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민 2,000여 명의 봉쇄 시위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개표소 내부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0여 명과 투표함이 고립되었으며, 인근 K-팝 공연 인파 1만 명과 겹치며 현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운영 미숙을 넘어 국가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마련된 잠실 개표소는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봉쇄로 인해 이틀째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6일 오후 12시 35분 기준 현장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2,000명의 시민이 집결하여 경기장 출입구 8곳을 전면 통제하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오전 경찰의 강제 개입으로 이송된 잠실7동 투표함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함 반출을 실력 행사로 저지하고 있다.

집회 규모는 시간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날 오전 0시경 7,000명에 육박했던 인파는 이른 오전 500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정오를 기점으로 다시 급격히 불어나며 세를 과시하는 중이다. 경찰은 기동대 약 400명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밀려 경기장 주 출입구 한 곳에만 제한적인 병력을 배치한 실정이다.

시위 참여자들의 구성은 특정 정치 세력을 넘어 전 연령층과 계층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현장에는 태극기를 든 노년층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 청년층,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여성,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이 뒤섞여 "재선거 실시"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별도의 주최자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현충일 묵념을 진행하는 등 고도의 조직성과 질서 정연한 투표함 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표소 내부에 고립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안전과 행정 공백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3시 개표 업무가 종료된 이후 현재까지 선관위 직원 20~30명은 시위대의 봉쇄에 막혀 20시간 넘게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대는 투표함의 임의 반출을 막기 위해 교대로 보초를 서며 건물 내부 인원의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현장의 혼란은 인근 공연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문화 행사와 겹치며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개표소 바로 옆 KSPO돔과 88잔디마당에서는 1만 명 규모의 K-팝 공연이 시작되어, 시위대의 재선거 구호와 공연장의 음악 소리가 뒤섞이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현장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안한 시위 장소 이전 논의는 시민들의 강한 거부감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전날 오후 일부 정치인이 현장을 찾아 청와대 앞 등으로 집결지 변경을 제안했으나, 시위대는 "현장의 투표함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이는 시민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을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훼손된 투표 용지의 물리적 확보와 보존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태의 파장은 대학가와 학계로도 번지며 지식인 사회의 공정성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등 주요 대학 총학생회로 구성된 한국대학 총학생회 공동포럼은 신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했다. 한 대학생 대표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투표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국가 관리 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법치주의와 선거 효율성 측면에서 심각한 오점을 남겼다고 진단한다. 한 헌법학 전문가는 "선거 관리의 부실은 국가 권력의 정당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라며 "정부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선 시스템적 결함을 인정하고 투명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치 국가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결과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향후 시위는 서울 도심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후 중 을지로 일대에서 교수 단체의 집회가 예고되어 있으며, 개표소 앞 시민들 역시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입장 표명과 책임 있는 사후 조치가 지연될수록, 선거 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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