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이 유럽연합(EU)의 역외보조금 규제라는 최대 걸림돌을 제거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한국 측이 정부로부터 부당한 보조금을 지원받아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는 의혹에 대해 심층 조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총사업비 26조 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는 이번 결정으로 법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털어내고 본격적인 착공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사업과 관련하여 유럽집행위원회로부터 역외보조금 규정(FSR)에 따른 심층 조사를 개시하지 않겠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1년 4개월간의 예비검토가 한국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결정으로 팀코리아는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법적·행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을 확보했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제3국 정부가 기업에 제공한 재정적 기여가 EU 내 시장 경쟁을 왜곡하는지를 면밀히 심사하는 제도다. 유럽 외 기업이 자국 정부의 과도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입찰 등을 통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 목적이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한국 측이 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한 견제에 나선 바 있다.
한수원은 조사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보조금도 수령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이번 사업의 입찰이 EU 역외보조금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시작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규정 적용의 부당성을 피력했다. 팀코리아는 EC의 요구에 따라 방대한 양의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적극적으로 소명 절차에 임하며 예비검토에 성실히 협조했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MW(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인 APR1000 2기를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약 4,070억 코루나, 한화로 약 26조 원에 달하는 규모로 한국 원전 수출 역사상 기념비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EC의 결정은 한국 원전 기술의 경쟁력이 보조금이 아닌 기술력과 경제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앞으로 체코 발주사와 함께 긴밀히 협력해 두코바니 원전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고 적기 준공을 통해 한국 원전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향후 다른 유럽 국가로의 원전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내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향후 추가적인 규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프랑스 등 기존 유럽 원전 강국들의 견제가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법적 대비와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심층 조사 미개시 결정은 한국 원전이 유럽의 엄격한 공정 경쟁 기준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정부와 원전 업계는 이번 리스크 해소를 계기로 유럽 시장 내 K-원전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체코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은 향후 폴란드, 루마니아 등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 다른 동유럽 국가들로의 추가 수출을 견인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시장 질서와 공정 경쟁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에서 한국 원전이 거둔 이번 승리는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원전 생태계 전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수조 원대의 부가가치 창출과 수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제 표준에 맞춰 우리 기업들이 보여준 대응 능력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체코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지역 사회와의 상생 모델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및 유지보수 단계에서도 한국의 선진 기술을 전수하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설비 수출을 넘어 원전 운영 전 주기에 걸친 서비스 수출로의 확장을 의미하며 한국 원전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결국 이번 EU의 결정은 한국 원전이 글로벌 시장의 엄격한 잣대를 통과할 만큼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인 증거다. 향후 전개될 본계약 이행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준수를 통해 국제 사회의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한다. 26조 원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공정 관리와 안전성 확보를 통해 K-원전의 위상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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