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스위스와 독일을 방문하여 인공지능(AI) 시대의 노동 가치를 재정립하고 선진국형 사회적 대화 모델 구축을 위한 행보에 나선다. 김 장관은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한국 정부의 '노동이 있는 산업 대전환' 비전을 발표하고, 독일의 노사정 협력 사례를 직접 참관하며 국내 노동 시장의 체질 개선을 도모할 방침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부터 13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을 잇따라 방문하여 국제 노동 외교의 전면에 나선다. 이번 출장은 과거 한국의 노동 현실을 방어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노동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출장단에는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비롯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이 동행하며 초당적인 정책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김 장관은 현지 시각으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12차 ILO 총회 본회의에 참석하여 한국 정부 대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설의 핵심 주제는 '사람 중심의 AI 전환'으로, 급격한 기술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회안전망 강화와 사회적 대화가 뒷받침되는 '노동 친화적 산업 대전환'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국제사회에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걸맞은 공여국으로서의 책임감도 강조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총 166억 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ILO 내 13위 공여국으로서 개발도상국의 직업훈련과 산업안전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김 장관은 연설에 앞서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 등 주요 수혜국 대표단을 초청한 파트너십 리셉션을 주최하여 한국형 고용 노동 모델의 전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독일로 이어지는 후반기 일정은 실질적인 노사정 협력 모델의 현장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독일 방문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합류하여 한국 노사정의 핵심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독일 연방노동사회부와 경영자협회(BDA), 노동조합총연맹(DGB)을 차례로 방문하여 독일 특유의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과 제도적 장치를 면밀히 살핀다.
특히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폭스바겐 공장 방문은 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노사정 대표단은 현장 단위의 사회적 대화가 어떻게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독일의 '공동결정 제도'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과정을 학습한다. 이는 AI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노사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AI 도입에 따른 초과 이익 재분배 논의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강조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시장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노동계 일각에서도 실질적인 임금 체계 개선이나 도급제 적용 확대 등 현안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일정에는 노동 외교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장관의 의지가 강력하게 담겼다"며 "앞선 총회들에서는 한국의 노동 현실을 방어하는 모습이 많았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국제사회 노동 분야에서 한국이 역할을 하고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얻은 글로벌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노동법 체계의 현대화와 사회적 대화의 질적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고용노동부는 ILO 사무총장 및 주요국 노동장관들과의 양자 면담 결과를 토대로 국제적 노동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 수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독일식 노사정 모델의 한국적 변용 가능성을 타진함과 동시에,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동 시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차기 국정 과제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과 노동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실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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