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최태원·젠슨 황 '치맥 회동' 재개…HBM4·AI 팩토리 동맹 전방위 확대

정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틀 만에 다시 만나 인공지능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양사 수뇌부는 7개월 사이 7차례나 회동하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공급과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무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질서 확립과 효율성 중심의 인공지능 생태계 조성을 위해 양사는 기술 공동체 수준의 결속력을 과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맥주를 곁들인 만찬을 가졌다. 이번 만남은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의 회동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성사된 것으로 양사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엔비디아 측의 요청으로 마련된 이번 자리는 단순한 친교를 넘어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회동 장소는 지난해 10월 젠슨 황 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만났던 곳과 동일한 장소로 엔비디아 측이 직접 제안했다. 황 CEO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를 마친 직후 최 회장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하여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최 회장 역시 일정에 맞춰 도착하여 황 CEO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격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현장에는 SK하이닉스의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과 김주선 인공지능(AI) 인프라 담당 사장, SK텔레콤의 정재헌 대표이사 사장과 정석근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그룹 내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엔비디아 측에서도 황 CEO의 부인 로리 황과 장녀 매디슨 황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배석하며 가족 동반의 친밀한 파트너십을 연출했다. 이는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선 깊은 신뢰 관계가 양사 동맹의 근간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양측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가속기인 '베라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및 통신 인프라를 결합한 글로벌 생태계 구축 등 전방위적인 협력 로드맵을 점검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적기 공급과 기술 표준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SK그룹은 이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을 도입하여 인공지능 팩토리를 조성하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활용한 제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파트너십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며 제조 분야 인공지능 클라우드 구축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제조 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법치와 시장 원리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쥔 엔비디아와 메모리 분야 선두인 SK하이닉스의 결합은 국내 정보기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와의 독점적 협력 체제는 SK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양사는 이번 회동을 통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인공지능 연산의 병목 현상을 해결할 핵심 열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공급 의존도가 향후 시장 변동성이나 통상 환경 변화에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경쟁사들의 추격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심화는 양사 동맹이 지속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기계적 중립성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집중적 협력 구조는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황 CEO가 짧은 방한 일정 중에도 최 회장을 거듭 만난 것은 SK의 기술력을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인정했다는 방증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고객사와 공급사 관계를 넘어선 기술 공동체로서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며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위급 회동이 실무진 간의 기술 개발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고 분석한다.

향후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개발 단계부터 설계 정보를 공유하며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인공지능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환경 조성과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한 공동 대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 CEO의 연쇄 회동은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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