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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환율 쇼크에 멈춰선 ‘직구 엔진’… 배송 대행업체 줄도산 공포 확산

정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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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해외 직접구매 시장의 성장세가 1%대로 급락했다.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이중고 속에 배송 대행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며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 질서를 지탱하던 가격 경쟁력이 붕괴하면서 미국 중심의 전통적 직구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대를 돌파하며 국내 해외 직접구매 시장이 유례없는 침체기에 진입했다. 지난 6일 장중 환율은 1,561.5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환율 상승은 직구 물품의 실질 구매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1조 9,7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2%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기록했다.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영세 배송 대행업체들의 경영난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부터 영업을 이어온 중견 업체 투패스츠는 지난 3월부터 배송 지연과 고객센터 불통 사태가 이어지며 70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고환율과 역대 최고치인 33단계 유류할증료 부담을 업체가 감당하지 못해 화물을 고의로 묶어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경찰 신고가 접수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1,000만 원 이상의 고액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도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적인 직구 강국이었던 미국과 유럽 중심의 시장 구조는 가격 경쟁력 상실과 함께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과거 블랙프라이데이 시즌마다 한국 중산층이 열광했던 다이슨 청소기나 대형 TV 등의 가격 메리트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실제 미국산 알레르기 약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현지 구매가가 2만 원대에서 3만 원 후반대로 급등하자 국내 대체재를 찾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전체 해외 직구 규모는 13억 5,0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13.1% 급감하며 시장의 위기를 증명했다.

미국 직구의 빈자리는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계 이커머스인 이른바 'C-커머스'가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은 고환율 국면에서도 압도적인 가격 우위를 점하며 국내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올해 1분기 전체 해외 직구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조 2,276억 원으로 전체의 60%를 넘어섰다. 이는 전통적인 직구의 의미가 미국·유럽산 브랜드 소비에서 중국산 저가 공산품 소비로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직구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단순한 소비 행태의 변화를 넘어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부실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지난해 폐업한 코트리에 이어 투패스츠와 W사, N사 등 주요 업체들의 운영 차질은 직구 물류망 전체의 도미노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 직구업계 관계자는 "1,500원대 환율이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 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극한 환경에 내몰렸다"고 진단했다. 시장 효율성을 중시하던 과거의 성장 방식이 고비용 구조 앞에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고환율 상황에서도 특정 품목에 대한 마니아층의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며 시장이 질적으로 고도화되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단순 공산품은 도태되겠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희소 상품에 대한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규모 배송 지연 사태에서 보듯 소비자 보호 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의 시장 재편은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기계적 중립 관점에서도 현재의 업체 부실 사태는 시장 자정 작용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구매 및 배송 대행 플랫폼 전반의 거래 위축은 불가피한 현상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특히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배상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재와 같은 무방비 상태의 업체 파산은 고스란히 개인 소비자의 금전적 손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직구 시장은 환율 안정화 여부와 상관없이 대형 플랫폼 중심의 과점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고비용 구조를 견디지 못한 중소 대행업체들의 퇴출은 가속화될 것이며, 소비자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해외 소재 업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물류 대란에 따른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시장의 자율성에만 맡기기에는 현재의 부실 규모와 소비자 피해 양상이 매우 엄중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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