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며 국내 제약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특히 의약품 조제에 필수적인 포장재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여 약국가의 경영난을 가중하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 위협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동 불안, 의약품 공급망 직격
중동 지역에서 격화되는 분쟁은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며 국제 유가를 배럴당 100~110달러 선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유가 폭등은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나프타 가격을 급등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3월 들어 나프타 가격은 20% 이상 치솟은 것으로 파악된다. 나프타는 합성의약품의 핵심 원료는 물론 의약품 포장 용기와 수액백 생산의 필수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에, 중동 사태는 의약품 제조 원가 상승과 공급 불안을 동시에 초래하고 있다. 해상 및 항공 운송 비용 또한 15~20% 급증하며 원료 수입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동 지역을 통과하는 상품 유통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필수 의약품의 흐름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온도에 민감하거나 유통 기한이 짧은 의약품에 더욱 치명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항공편 감축이나 항로 변경, 외화 반출 제한 등이 장기화될 경우 대금 지연 및 원료의약품 비용 상승으로 국내 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 원자재 가격 폭등, 약값 인상 현실화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의약품 생산 전반에 걸쳐 비용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약국 현장에서는 의약품 조제에 사용되는 호환 포장지 가격이 최근 30만 원 이상으로 급등, 불과 며칠 사이에 2배가량 치솟는 현상이 발생했다. 정품 포장지는 아예 품절 상태이며, 공급 재개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약사들에게 큰 경영난을 안기고 있으며, 장기 처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포장지 가격 폭등은 약국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11.9%에 불과한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상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아 중동발 리스크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약업계, 생산 및 물류 이중고 심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원료 수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부족 우려에 재고를 확대하고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은 의약품 포장 자재를 2~3개월치 비축했으며, 동아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역시 선발주를 통해 원료 재고를 늘리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일부 기업은 중동 지역 내 법인에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며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운송 차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보령과 같은 국내 제약사는 항암제와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 확대를 통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제약 주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부자재 수급 불안과 비용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으며, 국내 약가 인하 기조까지 겹치면서 제약사들의 수익성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국민 건강 위협 및 정책 과제 대두
중동 전쟁으로 인한 의약품 공급망 불안정은 국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수액백 부족 우려로 항암 환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으며, 감기약이나 항생제 같은 필수의약품의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대외 환경 악화 속에서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결정된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안(제네릭 약가 인하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제약업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약가 인하율이 산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비판하며, 정부에 세심한 조정과 보완을 요청하고 나섰다.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한 원료 직접 생산 및 국산 원료 사용 필수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근본적인 공급망 안정화와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협력적이고 유연한 정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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