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3월 10일 본격 시행된 '노란봉투법', 즉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우리 사회의 다층적인 고용 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기업 현장에 새로운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핵심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결정권 행사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진짜 사장님'으로 인정되는 첫 번째 결정적인 징후는 바로 근로시간, 임금, 작업 방식 등 핵심 근로조건에 대한 원청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결정권 행사 여부입니다. 고용노동부가 2025년 12월 26일 발표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에 따르면,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생산 계획, 작업 일정, 근로시간, 휴게시간, 연장근로 등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거나 승인권을 행사하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원청이 투입 근로자 수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인건비를 사실상 결정하거나 임금 인상률을 직접 제시하여 하청 업체의 재량을 본질적으로 제한한다면 이 역시 사용자성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나아가 하청 근로자의 작업 방식, 생산 설비, 안전 기준 등을 원청이 전체적으로 장악하고 지시하는 경우에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는 원청이 단순히 도급 목적 달성을 위해 납기나 품질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하청 근로자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 하청 근로자 노무의 원청 사업체계로의 필수적 편입 및 구조적 통제
두 번째 징후는 하청 근로자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운영에 필수적으로 편입되어 있고,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구조적 통제'를 행사하는 경우입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실질적 지배력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청이 규칙이나 시스템 등을 통해 하청 근로자의 집단적 근로조건을 조직적·구조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사업 운영에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원청의 사업 체계 내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다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법원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 하청 근로자 업무의 상시성·필수성, 원청 사업체계로의 편입 여부,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원청 지위의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합니다. 이는 하청 업체가 원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거나, 하청의 사업이 원청의 사업에 편입된 정도가 심할수록 원청의 사용자성이 더욱 강하게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복리후생 및 작업환경 설정에 대한 원청의 결정적 영향력
마지막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복리후생과 작업환경 설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중요한 실질적 지배력의 징후로 꼽힙니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통근버스, 휴게시설, 사내 복지시설, 성과급, 학자금 등 복리후생의 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그 사용 기준 설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은 원청이 사내하청업체들로부터 학자금 수요를 취합해 총액을 결정하고 교부했으며, 하청 업체는 자체 재원 없이 이를 지급했을 뿐인 사례에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작업환경 측면에서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가 사용하는 사무 공간, 창고, 휴게 공간의 사용 가능 구역, 이용 시간, 사용 인원 상한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하청 업체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의 안전과 관련된 요소(안전 기준, 생산 설비, 작업 방식 등)를 원청이 전체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면, 하청 근로자의 노동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결론: 예측 가능성 제고와 상생의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판단 기준은 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6년 4월 2일 현재, 노동위원회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첫 사례들이 나오고 있으며, 그 결과는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공공 부문에서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집중되고 있어, 공공 부문의 판단이 민간으로 확산될지 주목됩니다.
기업들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계약서상의 문구 변경을 넘어, 실제 사업 운영 방식과 근로조건 결정 과정에서 하청 업체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노동계는 법의 취지를 살려 하청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되, 무분별한 교섭 요구보다는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또한 모호한 부분을 명확히 하는 추가적인 지침 마련과 함께, 노사 양측이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중재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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