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주권 확보에 정부와 산업계가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집값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정책 역량이 AI 분야에 집중되면서, 과연 주거 안정이라는 오랜 숙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닌지 사회 전반의 관심이 쏠린다.
▲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AI 주권' 확보 총력전
대한민국은 올해를 '인공지능(AI) 3대 강국(G3)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AI 주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주권은 단순히 기술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한 국가가 AI 기술을 스스로 설계하고 운용하며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의미한다. 이는 데이터, AI 모델, 인프라, 그리고 인재 양성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국가 안보와 경제적 파급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9조 9천억 원에 달하는 AI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로, AI 인프라 확충, 기술 개발, 산업 전반의 AI 전환(AX), 인재 양성, 그리고 생태계 조성 등 다방면에 걸쳐 투자가 이루어진다. 특히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조 1천억 원이 투입되는 'AI 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 사업이 추진되며, 외산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한국형 거대언어모델(K-LLM) 개발과 고성능 HBM 반도체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 의결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바탕으로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와 국가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등 주요 과제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계획이다. 또한, 지난 1월부터 'AI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AI 정책 추진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과학기술·AI 부총리 체제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신설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AI 정책 집행력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 분야(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통해 '소버린 AI'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고질적 난제 '집값', 여전한 불안과 양극화
AI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 역량 집중과 동시에, 국민의 삶과 직결된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2026년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시장은 외형적으로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가격 상승 동력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보합과 하락 흐름이 반복되며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이지 못하고, 수도권과의 가격 격차가 다시 확대되는 'K자형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시장은 매물 감소로 인해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조기 착공을 포함해 총 5만 호 착공 및 2만 9천 호 분양을 추진하는 등 공공 공급을 확대하고, 도심 공급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국무총리 산하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출범했으며, 금융시장의 금감원처럼 부동산 시장을 감독할 가칭 '부동산감독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달 1일 발표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강력한 조치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여 투기적 수요를 시장에서 강제로 퇴출하겠다는 목적이다. 비거주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논의도 활발하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연계하여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의 구조적 제약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민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97.1%로 주요 38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며, 서울의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약 15년에 달해 주택 마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지난 4월 2일 발표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평균 5.7점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리며, 공공 중심 정책의 한계와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 '두 마리 토끼' 잡기 위한 균형점은?
AI 주권 확보는 미래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임이 분명하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AI가 2040년까지 연간 최대 22.9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러한 막대한 부가 소수 기업과 국가에 집중될 경우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규모의 격차로 인해 'AI 풀스택 자급자족' 전략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소버린 AI 한계론'도 제기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해 3월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AI 기술의 소유보다 자국 내에서 AI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고 통제하는 'AI 회복탄력성(AI Resilience)' 확보가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AI 기술이 부동산 시장 자체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AI는 부동산 중개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자동화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프롭테크(PropTech) 기술을 통해 AI 기반의 자동화, 예측 분석, 맞춤형 추천, 전자 계약, 스마트 건설, 임대 관리 등 부동산 산업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KB부동산의 '집찾는 AI' 서비스나 부동산플래닛의 'AI 부동산 에이전트 맞춤형 자문 서비스'처럼 AI는 이미 매물 탐색부터 인테리어, 자산 관리까지 부동산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결국 AI 주권과 집값 문제는 단순히 어느 한쪽에 우선순위를 두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국가적 과제다. AI 기술이 주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동시에 AI 발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시민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통합적 시각
대한민국이 AI G3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안정이라는 가치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AI 주권 확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되, 동시에 주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AI 기술을 스마트 도시 계획, 효율적인 주택 관리 시스템 구축, 투명한 부동산 정보 제공 등 주거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AI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합리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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