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며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의 경제적, 안보적 주권까지 좌우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AI는 이제 개인의 자산, 특히 집값의 향방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AI 시대의 집값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하게 될까요?
▲ AI 주권, 국가 생존 넘어 경제 패권의 핵심으로
AI 주권은 특정 국가가 외부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AI를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데이터 주권, 플랫폼 주권, 인프라 주권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할 핵심 전략 자산으로 간주됩니다. 글로벌 강대국들은 이미 AI 기술을 보호하고 독자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외국 AI 기업이 자국 시장을 장악할 경우 데이터 유출, 사이버 스파이 활동, 허위 정보 확산 등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주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AI 반도체·클라우드 독립 전략'을 발표하며 국산 기술 중심의 디지털 주권 확보를 선언했으며, 국가AI전략위원회는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특히 올해 초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은 AI 산업 진흥에 방점을 찍고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며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완전 자급자족' 전략은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 격차로 인해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부 초강대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자급형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외부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회복탄력성'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AI 붐이 만든 집값 양극화, 샌프란시스코의 경고
AI 기술 발전은 특정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집값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최근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공지능 기업과 기술 인력 유입이 늘면서 주택 수요가 급증했고, 그 결과 집값이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중위 거래가격은 196만3,000달러(약 28억3,000만 원)로 1년 전보다 약 23% 상승했으며, 이는 202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가격입니다.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격 역시 전년 대비 약 12% 상승한 122만5,000달러(약 17억7,000만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도 감지됩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발표된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울산광역시는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에 힘입어 18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남 무안군 오룡지구와 경북 포항시 북구 학산동 등도 각각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오픈AI-삼성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주목받으며 주택 수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직접 일자리 1개당 약 6배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대규모 인구 유입과 함께 지역 경제 활성화, 나아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게 합니다.
▲ 데이터가 집값을 좌우하는 시대, 부의 불평등 심화 우려
AI 시대에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가치뿐만 아니라, AI가 분석하고 생성하는 '데이터'가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I는 방대한 매매 자료, 경제 지표, 인구 통계 등을 분석하여 시세 감정, 적정 리스팅 가격 제시, 미래 시장 동향 예측 등 부동산 중개 시장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자산' 중심의 부동산 산업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지능' 산업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AI 도입이 임금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자본 수익률 상승 효과로 인해 부의 불평등은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I 기술과 관련성이 높은 직업군이 고소득 노동자에 더 많고, AI가 이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AI 시대에 부의 쏠림이 한층 심화할 수 있으며, 투자에 참여하지 못한 개인은 AI 성장의 과실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AI가 불러올 경제 질서 재편에 개인이 대비할 수 있는 최고의 헤지는 투자이며, 개인들도 AI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폭넓고 쉬운" 참여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집값은 단순히 건설 비용이나 땅값뿐만 아니라, AI 기술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부가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AI 금융 시스템에 친화적인 '데이터 부자'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데이터 빈곤' 주택으로 시장이 나 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따라서 AI가 가져올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선분배' 개념, 즉 불평등이 고착화되기 전에 생산 자본과 AI 도구, 관련 역량에 대한 접근 기회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폭넓게 보장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 주권 확보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 특히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AI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되, 기술의 혜택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AI 시대에 개인의 자산 가치를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AI 관련 기술과 데이터 활용 역량을 키우고, 변화하는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하는 지혜가 요구됩니다. AI가 모두에게 번영을 가져다주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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