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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이란 공습 명령 딜레마 ... 윤리적 갈등 확산

이겨례 기자
미군 이란 공습 명령 딜레마 ... 윤리적 갈등 확산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민간 시설 폭격 예고가 미군 내부의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를 촉발하고 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의 지시와 국제법상 전쟁범죄 가능성 사이에서 일선 군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명령 불복종과 전쟁범죄 실행이라는 양가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 대통령의 민간 시설 폭격 예고와 국제법 위반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공개 예고하면서 미군이 심각한 전쟁범죄 딜레마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 등 민간 시설을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특정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민간 시설 공격 예고는 국제법 위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수의 법률 전문가와 역사학자들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이 제네바 협정, 헤이그 협약, 뉘른베르크 원칙, 유엔 헌장을 포함한 여러 국제법상 명백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 스테판 뒤자릭도 민간 기반 시설이 군사적 목표물에 해당하더라도 민간인에게 과도한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국제인도법은 여전히 공격을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지적을 일축하며 "그런 일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민간 시설 공격이 전쟁범죄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 군인의 명령 불복종과 처벌 위험성

민간 시설 공격이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함께, 명령을 실행한 군인들 또한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직 미군 군법무관인 마거릿 도너번과 레이철 밴랜딩햄은 미 안보 전문 웹사이트 '저스트 시큐리티'에 기고한 글에서 "대통령의 수사적 발언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이는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에 해당할 것이며, 대통령의 발언은 군인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베트남전 당시 발생한 미라이 학살 사건에서 민간인 학살로 유죄 판결을 받은 윌리엄 켈리 중위는 군사재판에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해당 명령이 명백히 불법적이었으므로 켈리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군 형법(UCMJ)은 상관의 합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합법적이지 않은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즉, 군인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명백히 불법적인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 의무가 없다는 것이 국제법과 미 군형법의 원칙이다.

그러나 전시 상황에서 명령에 불복종한 군인은 당장 불복종 죄로 군사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미군 장병들은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자, 이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선동적인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은 일선 군인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 군 법률 자문 채널 약화와 핵무기 사용 우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이후 국방부 내 최고 군 법무관들을 해임하고 민간인 피해 전담 부서를 해체하면서 일선 장교들이 법률 조언을 구할 창구가 사실상 막혀버린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군인들이 불법 명령 여부를 판단하고 거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법률적 지원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군 법무장교 해임에 대해 "행정부의 정책에 방해물이 되지 않는 인물들로 교체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종식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미국에서 핵무기 발사 명령 권한은 오직 대통령만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지휘 계통 인원들이 해당 명령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뿐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핵 공격 명령을 저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전직 국방장관 등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이 불법적인 명령을 받는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고,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글로벌 사회의 우려와 미국의 지위 변화

이러한 상황은 국제사회와 국제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는다. 미국 국제법 전문가 100여명은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행동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전쟁범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에서는 헤그세스 장관의 '적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발언이 국제인도법상 금지된 발언이며, 미국 전쟁범죄법상으로도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상당수, 즉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란 현지 파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해, 국내 여론 또한 군사 행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위가 하락할 수 있으며, 전시에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해 온 국제 규범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라크 참전 경험이 있는 세스 몰턴 하원의원(민주당)은 일부 현역 해병대원이 이미 국방부를 '전쟁부' 대신 '전쟁범죄부'로 부르고 있다고 전하며 군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갈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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