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국가주석 겸임에 축전을 보냈다. 양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하며 관계 강화 의지를 표명했다. 베트남의 전통적인 공동 지도 체제 변화는 권력 집중 현상을 촉발하고 있다.
▲ 베트남 권력 재편의 서막
최근 베트남에서는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직까지 겸임하면서 권력 구조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베트남 국회는 럼 서기장의 국가주석 지명을 출석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인준했다. 2024년 8월 서기장 자리에 오른 그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서기장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2026년 4월 7일부로 정부를 대표하는 주석 자리까지 공식적으로 겸하게 되었다. 이는 베트남의 최고 지도부가 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 등 이른바 '4대 기둥'으로 권력을 분점하던 전통적인 집단지도체제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이전에도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주석직을 겸임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전임자의 별세에 따른 과도기적 상황이었다. 이번 또 럼 서기장의 겸임은 정상적인 지도부 선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 시진핑식 권력 집중 모델의 베트남 상륙
또 럼 서기장의 국가주석 겸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구조를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P통신은 "베트남의 전통적인 공동 지도 체제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시 주석 치하 중국의 권력 구조를 연상시킨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레 홍 히엡 선임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또 럼의 손에 더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베트남 정치 체제에 권위주의 심화와 같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럼 서기장은 1979년부터 40년 이상 공안부에서 근무한 '공안통'으로, 2016년 공안부 장관에 오른 이후 '불타는 용광로'라 불리는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며 수많은 고위층 인사를 낙마시켰다. 이 과정에서 당 간부와 기업인 등 수천 명이 체포되었고, 응우옌 쑤언 푹 전 국가주석, 보 반 트엉 전 주석 등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 꼽히던 최고위 인사들이 사임하거나 물러났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또 럼 서기장이 자신의 정치적 경쟁자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며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결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BBC 등 주요 외신은 또 럼 체제가 베트남 공산당의 전통적인 집단지도체제를 권력 중앙화하며 무력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BBC는 베트남 정치가 점점 예측 가능성을 잃고 있으며, 지도부 내 권력 집중이 장기적으로 정책 유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또 럼 서기장에게 축전을 보내며 "중국과 베트남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당과 양국 관계 발전을 중시하며 "발전과 부흥을 함께 모색하고 운명공동체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각자의 사회주의 사업을 끊임없이 확장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베트남과의 관계를 기존 '포괄적 전략 동반자'에서 '운명공동체'로 격상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은 과거 중국의 '운명공동체' 요구에 대해 공동 운명을 의미하는 'common destiny' 대신 '미래 공유'를 뜻하는 'shared futur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이는 베트남이 중국에 대한 역사적 반감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 미중 전략 경쟁 속 베트남의 외교적 딜레마
또 럼 서기장의 권력 집중은 베트남이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럼 서기장은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베트남은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바탕으로 시장 경제를 수용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과 유사점을 가진다. 동시에 베트남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격상시키는 등 실리 외교를 추구해왔다.
미국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통해 제조업체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베트남 등 인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도록 독려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이어져 '관세 회피국'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동남아 순방에서 "힘을 합쳐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자"고 촉구하며, 중국이 "경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수호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이안 총 부교수는 BBC 중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남아 국가들은 항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재자 역할이었다. 그러나 현재 동남아 지역이 중국과 점점 더 밀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고 시장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의 안보 협력도 필요로 한다. 또 럼 서기장의 권력 집중이 이러한 미묘한 외교적 줄타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
▲ 동남아시아 지정학적 파급 효과
또 럼 서기장의 권력 집중과 중국의 베트남과의 '운명공동체' 강조는 동남아시아 전체의 지정학적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권위주의 심화는 장기적인 정책 유연성을 저해할 위험도 내포한다. 또 럼 서기장은 취임 선서에서 서기장과 주석의 책임을 맡는 것이 "매우 큰 영광이자 책임이며, 신성하고 고귀한 의무"라고 밝혔고, 연 10%의 고속 경제성장을 목표로 대대적인 정부 구조조정과 초대형 인프라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남북 고속철도,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이 포함된다.
한편, 베트남 내에서는 부패 척결 캠페인이 권력 투쟁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내부 역학 관계는 베트남의 대내외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 변동이나 추진력 약화, 그리고 비즈니스 환경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외적으로는 친중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면서도 전통적인 '대나무 외교' 즉, 여러 강대국 사이에서 유연하게 균형을 맞추는 외교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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