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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지정학, 중국 선호도 52% 역전 ... 미·중 경쟁 구도와 외교 균형

김영 기자
동남아시아 지정학, 중국 선호도 52% 역전 ... 미·중 경쟁 구도와 외교 균형
©연합뉴스 제공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다시 우위를 점했다. 역내 전문가들은 미국 지도자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를 역내 최대 지정학적 위험 요소로 지목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아세안 국가들의 외교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동남아시아, 미·중 선호도 재역전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2026년 1월 5일부터 2월 20일까지 아세안 회원국 정책 결정자와 전문가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미·중 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응답자의 52%가 중국을 선택한다고 답했다. 미국을 선택한 응답은 4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우위를 보였던 흐름이 다시 역전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과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50.5%의 선호도로 미국(49.5%)을 처음 앞섰으나, 2025년에는 미국이 52.3%로 중국(47.7%)을 재추월한 바 있다. 올해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80.1%), 말레이시아(68%), 싱가포르(66.3%)에서 중국 선호가 두드러졌으며, 필리핀(76.8%), 미얀마(61.4%), 캄보디아(61%)에서는 미국 선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 트럼프 외교 정책, 역내 최대 불안 요소 부상

동남아시아 전문가들은 역내 지정학적 우려 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전체 응답자의 51.9%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았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대외 관계에 대한 비관론이 14.2%에서 29.5%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도 연결된다. 이어서 글로벌 사기 범죄(51.4%), 남중국해 긴장(48.2%),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40.5%)이 뒤를 이었다. 특히 남중국해의 공격적인 행동은 미국 지도력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를 시사한다.

▲ 중국 영향력 확대와 동시에 경계심 증대

중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대국(55.9%)이자 정치·전략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40%)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중국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내정 간섭'(30.3%)을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이는 남중국해와 메콩강에서의 강경한 해양 전술(28%)보다 높은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우려는 중국이 역내에서 영토 및 해양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35.1%), 주권을 존중하며(25.5%), 양자 무역에서 상호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20.1%)는 개선 요구로 이어졌다.

▲ 일본, 역내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 지위 유지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는 일본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65.6%의 신뢰도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연합(55.9%), 미국(44%), 중국(39.8%)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려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 아세안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과제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보고서는 동남아시아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전략적 선택의 압박이 점점 커진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역내 응답자의 55.2%는 강대국의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아세안의 단결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24.1%는 비동맹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역내 국가들이 기후 변화, 지정학적 긴장, 국내 정치 불안정 등 다각적인 압력 속에서 아세안의 제도적 한계를 인식하며 전략적 기동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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