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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고래 싸움에 신음하는 '중동의 파리'

이겨례 기자
특파원 시선 고래 싸움에 신음하는 '중동의 파리'
©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는 국제사회에 안도감을 주었으며, 이는 국제유가 최대 19% 급락과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 급등, 코스피 7% 상승이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의 중재로 종전 담판까지 거론되면서 낙관론이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곳이 레바논이다.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서 제외하며 수도 베이루트 등지를 맹폭, 하루 3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으나, 민간인 피해가 컸다.

▲ 중동 지정학적 불안정 속 레바논의 고통

미국과 이란의 긴장 완화 움직임 속에서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었다. 휴전 논의에서 배제된 레바논은 357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막대한 인명 피해를 겪었다. 이는 과거 이란의 보복 공격 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7성급 호텔이 드론 파편에 피격되었던 사건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의 피해는 국제 유가 상승과 연관되어 대서특필되었으나, 레바논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언론 보도로 다뤄졌다.

▲ 경제적 영향력 차이와 언론 보도의 온도차

레바논과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영향력 차이는 언론 보도의 양과 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걸프 국가들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원유 수송로를 장악하고 있으며,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의 수도 많아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 반면, 수십 년간의 전쟁으로 경제가 파탄 난 레바논은 걸프 국가들이 보유한 패트리엇, 사드, 천궁과 같은 첨단 방공망이 부재하다.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며, 전투기나 미사일 방어 능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 '중동의 파리'의 쇠퇴와 외교적 어려움

현지에 체류하는 각국 외교 공관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주레바논 한국대사는 교민들에게 조속한 출국을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다. 현재 약 90명의 교민, 10명의 공관원, 180여 명의 동명부대원이 레바논에 체류 중이다. 일부 한국인 선교사들은 대피를 거부하고 있으며, 동명부대는 영외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과거 '중동의 파리'로 불리며 번영을 누렸던 베이루트 시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나, 현재 그 희망은 더욱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힘겨루기 속에서 레바논은 단순한 '협상 카드'로 취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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