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완도서 소방관 2명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고립 참변

이겨례 기자
완도서 소방관 2명 냉동창고 화재 진압 중 고립 참변
©연합뉴스 제공

 

전남 완도군 냉동창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2명이 현장에 고립돼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밀폐된 공간 내 유증기 폭발이 참변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 화재 현장 상황 및 소방관 순직 경위

12일 오전 8시 25분경, 전남 완도군 군외면에 위치한 한 수산물 가공업체의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9 상황실에 접수되었다. 신고 접수 6분 뒤인 오전 8시 31분,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 오전 8시 38분, 1차로 창고 내부에 진입했던 대원 7명은 업체 관계자 1명을 구조하여 안전하게 외부로 대피시켰다.

진화 작업 마무리 단계를 위해 오전 8시 45분, 소방 대원들은 다시 한번 창고 내부로 진입했으나, 오전 8시 55분경 갑작스럽게 불길이 거세지고 다량의 검은 연기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 당국은 내부 대원들에게 즉시 대피 명령을 내리고, 오전 9시를 기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오전 9시 2분, 완도소방서 소속 A 소방위(44세)와 해남소방서 지역대 소속 B 소방사(30세)가 탈출하지 못하고 현장에 고립된 사실이 파악되었다.

위치 추적이 가능한 고립 대원들에 대한 수습 작업이 즉시 진행되었으며, 오전 10시 2분, A 소방위가 창고 내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후 오전 11시 23분, B 소방사 역시 숨진 채 발견되었다. 화재 진압 작업은 오전 11시 26분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초기 화재 당시 연기를 들이마신 업체 관계자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냉동창고 내부 유증기 폭발 가능성

이번 사고는 밀폐된 냉동창고 내부 공간에 축적된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잠정 조사되었다. A 소방위와 B 소방사가 속했던 선착대 대원들은 1차 진화 및 인명 구조 임무를 마친 후, 내부에서 다시 연기가 관측되자 진화 작업을 위해 재차 내부로 진입했다. 그 직후 급격한 화염 분출과 함께 폭발이 발생하며 다량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현장 대원들에게는 무선으로 3~4차례에 걸쳐 대피 명령이 하달되었으나, 두 소방관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희생된 두 대원은 냉동창고 내 여러 구획 중 동일한 공간에서 순차적으로 발견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냉동창고 내부는 콘크리트 벽면에 우레탄폼 내장재가 시공되고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된 형태였으며, 냉동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되어 있었다. 이러한 밀폐 구조는 소방 대원들의 구조 활동과 연기 배출에 큰 어려움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냉동창고 내에서 페인트 제거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토치를 사용하면서 화재가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창고 천장 쪽에 축적된 유증기가 폭발의 기폭제가 되어 불길이 재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 희생된 소방관들의 사연

이번 사고로 순직한 두 소방관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던 중 안타까운 희생을 당했다. 1982년생인 A 소방위는 슬하에 1남 2녀를 둔 세 자녀의 아버지이자 가장으로, 10년 이상 재난 현장에서 활동해온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평소 후배 소방관들을 살뜰히 챙기는 든든한 선배로 알려져 동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996년생인 B 소방사는 임용 3~4년차의 새내기 소방관으로, 인력 부족을 겪는 지역 소방서에서 구급, 화재 진압, 소방차 운전 등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성실하게 근무해왔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깊다. 전남 지역에서 소방관이 현장 임무 수행 중 순직한 것은 2020년 7월, 구례군에서 피서객 구조 중 순직한 고(故) 김국환 소방장 이후 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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