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외국인 대탈출에 증권사가 '모험자본 허브'로 부상

강혜경 기자

외국인 자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국내 금융시장을 떠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새로운 모험자본 공급원으로 급부상하며 시장 주도권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액은 340조4000억원으로 2월 말(350조6000억원) 대비 10조2000억원 감소했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같은 달 코스피에서도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36조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의 직접적 원인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국내 채권 투자를 위한 달러 조달비용이 반영된 CRS(통화스와프) 금리가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하며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국채 2년물 금리도 전월 대비 0.663%포인트 상승해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산 가치가 크게 줄었다.

이 틈새를 증권사들이 파고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4000억원 규모 종합투자계좌(IMA) 1호 상품을 이틀 만에 완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4호 IMA를 통해 2조5000억원을, 미래에셋은 2000억원 규모 상품을 전량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7개 증권사의 발행어음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54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2조7795억원) 대비 21.5%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본은 57조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조달한 자금의 25%를 모험자본 투자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10대 증권사 기준으로 최대 44조원의 모험자본이 공급될 수 있으며, 증권사들은 2028년까지 22조5000억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식시장에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효성중공업, 코리아써키트, 에프앤가이드 등에서 기관들의 대량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효성중공업 목표주가를 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메리츠증권은 코리아써키트의 업사이클 강도 확대를 전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변동성이 커졌지만, 국내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이 새로운 자금 공급원으로 나서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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