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규모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인지도와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이른바 '올드보이'들의 등판론이 거세지고 있다. 저조한 당 지지율과 수도권 및 충청권의 불리한 판세를 타개하기 위해 검증된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당 지도부는 후보들의 중도 확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공식적인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지역 민심과 공천 원칙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와 병행되는 이번 재·보궐선거가 사실상 '미니 총선'급으로 격상되면서 여권 내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저조한 당 지지율이라는 악재 속에서 경쟁력 있는 신인 발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특히 지역 판세가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당 안팎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선거 경험이 풍부한 중진급 인사들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월 19일 기준으로 당내에서 거론되는 주요 인물들은 과거 정부의 핵심 요직을 거쳤거나 다선 의원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로 구성되어 있다.
▲ 재보선 판세 분석과 올드보이 귀환 배경
가장 먼저 주목받는 곳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보궐선거 지역이 되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5선 출신의 정진석 전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정 전 의원은 이미 해당 지역구에서 박 의원과 세 차례나 맞붙은 전력이 있어 지역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정 전 의원이 공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정치 행보를 재개하자 정계에서는 그가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언론을 통해 지역과 당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도권 험지 공략을 위한 전략 공천 명단에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그리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인 하남갑 차출론이 제기된다. 유 전 의원의 개혁적 이미지와 중도 확장성이 수도권 민심을 잡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다만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19일 보도를 통해 당으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실제 요청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당내 주류 세력과의 관계 설정 및 공천 과정에서의 잠재적 갈등 요소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주요 지역별 전략 공천 후보군 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곳에는 원희룡 전 장관과 김문수 전 장관이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22대 총선 당시 같은 지역구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어 패배한 경험이 있으나, 여전히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활약했던 김문수 전 장관 역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카드로 분류된다. 하지만 계양을 지역이 '인천의 호남'으로 불릴 만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는 점과, 두 인사 모두 현재까지는 출마 검토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10여 곳 중 상당수가 민주당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인해 발생한 지역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에게는 부담이다. 본래 야당 우세 지역이었던 곳이 많아 웬만한 중량감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들은 공천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승리 카드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올드보이들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특히 정진석 전 의원과 원희룡, 김문수 전 장관이 모두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이거나 전직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이들의 등판이 현 정부 심판론을 강화하거나 여당이 주장하는 '내란 세력 청산' 프레임에 역공을 허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당내 계파 갈등 우려와 선거 전략 전망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러한 등판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박 대변인은 거론되는 인물들이 중도 확장성과 인물 경쟁력 등 수도권 승리에 필요한 장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닦아온 기존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임을 시사했다. 당 지도부는 향후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지역 민심과 본선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올드보이 등판론은 국민의힘이 직면한 심각한 인물난과 위기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검증된 안정감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인물을 통한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에 대한 당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2026년 4월 2일 첫 회의를 시작한 박덕흠 공관위원장 체제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어떠한 공천 기준을 확립하느냐가 이번 재보선의 승패는 물론, 향후 여권 내 권력 지형 변화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올드보이들의 정계 복귀 탄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차기 대선 국면을 앞둔 당내 역학 관계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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