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 해군 함정 MRO 시장 수주 가속화 및 K-조선 특수선 양강 체제 구축

김영 기자
미 해군 함정 MRO 시장 수주 가속화 및 K-조선 특수선 양강 체제 구축
©연합뉴스

 

국내 조선업계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들어 1분기 만에 작년 한 해 수주 실적을 넘어서며 북미 특수선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동시에 국내 선박 정비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입증하는 핵심 사례로 주목받는다.

국내 조선업계의 양대 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서 기록적인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6년 들어 양사는 각각 2건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불과 한 개 분기 만에 지난 한 해 동안 달성했던 실적을 초과하거나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작년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은 1건, 한화오션은 2건에 그쳤으나 올해는 수주 속도가 확연히 빨라지며 한국 조선업의 기술적 신뢰도를 증명하고 있다.

▲ 기업별 수주 실적 분석과 HD현대·한화의 시장 선점 전략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 1천 톤급 화물보급함인 USNS 리처드 E.버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난 1월 USNS 세사르 차베즈함의 정비 사업을 수주한 지 약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리처드 E.버드함은 길이 210미터, 너비 32미터, 높이 9.4미터에 달하는 대형 함정으로, 지난 2008년 취역한 군수지원함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 구조물부터 추진 계통, 전기 시스템 등 총 100여 개 항목에 대한 정밀 정비를 수행할 예정이며 오는 6월 미 해군 측에 인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작년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공식 출범하며 정비 인프라와 기술력을 결합한 것이 수주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역시 올해 들어 총 2건의 MRO 사업을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재작년 8월 국내 업계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시장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이후 부산과 경남 지역 정비업체 15곳과 함정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축하여 지역 조선소와의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정비 작업은 부산과 진해 등지에서 분산 진행되며 효율적인 공정 관리를 통해 미 해군이 요구하는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아직 직접적인 수주 건수는 없으나 미국 MRO 전문 조선사인 비거 마린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해상수송사령부 발주 사업에 본격적인 참여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미 7함대 위주의 공급 구조와 현지 법적 규제 장벽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연착륙을 돕는 중요한 마중물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규제의 벽은 높다. 현재 미국 법규는 외국 조선소에서의 함정 정비와 수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수주할 수 있는 대상은 사실상 일본을 모항으로 삼아 활동하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함정들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로 지난 2년여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주한 총 9건의 사업은 모두 7함대 발주 물량이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이 보유한 전체 함정 약 295척 중 해외를 모항으로 하는 함정은 단 40여 척에 불과하다. 나머지 250여 척의 함정은 미국 본토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한국 조선업계가 시장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규제의 개정 노력을 촉구하는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지리적 한계로 인해 정비 물량이 7함대에 묶여 있는 구조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장기적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계약 구조 개선 및 정책 제언

MRO 사업이 단순한 단발성 수주를 넘어 조선업계의 견조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운영 및 계약 형태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연간 유지보수 일정을 한국 조선업계와 사전에 공유하여 작업 목록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조선소 운영 계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고 인력 및 자재 수급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계약 방식의 전환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현재의 단기 계약 방식보다는 다년 계약을 확보하거나 MRO를 대규모 패키지 계약에 통합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러한 형태의 계약은 시설과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미 해군 입장에서도 함정의 적시 정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호 호혜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결국 고부가가치 특수선 분야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건조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정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K-조선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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