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와 입점업체 간의 수수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된 가운데 실효성 있는 상생안 도출을 둘러싼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달 내 합의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플랫폼사가 제시한 차등 수수료 확대안이 실질적인 부담 완화로 이어질지를 두고 양측의 시각차가 팽팽하다. 특히 무료배달 도입에 따른 비용 전가 문제와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업계의 입장이 부딪히며 타협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민관 협의가 재개되었으나, 핵심 쟁점인 수수료율 인하 폭과 적용 범위를 두고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이하 을지로위원회)는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달 내 구체적인 상생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성 보존을 이유로 전면적인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 차등 수수료 구간 확대와 실효성 논란
현재 배달 플랫폼 시장의 수수료 체계는 2024년 11월에 도입된 매출 규모별 차등 적용 방식을 따르고 있다. 구체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매출 상위 35% 업체에는 7.8%의 중개 수수료가 부과되며, 35%에서 80% 구간은 6.8%, 하위 20% 구간은 2.0%를 부담하는 구조다. 2026년 4월 10일 열린 1차 회의에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최저 수수료인 2.0%를 적용받는 하위 구간을 기존 20%에서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배달 거리 1㎞ 이내의 단거리 주문에 대해 별도의 구간을 신설해 수수료를 경감하는 대안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입점업체 측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플랫폼 측이 제시한 수정안에 따르면 하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의 업체에는 일괄적으로 7.8%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6.8%의 수수료를 적용받던 35%~80% 구간 내 일부 업체들이 오히려 1%포인트 상승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을지로위원회와 입점업체 단체들은 "일부 구간에서 수수료율이 역전되어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는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입점업체 전체의 실질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진전된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은 1차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가장 어려운 환경에 처한 업체일수록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전보다 불이익을 느끼는 업체가 단 한 곳이라도 생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협상의 핵심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들이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매출 구조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생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 플랫폼 수익성과 소상공인 생존권의 충돌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전면적인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심화된 시장 경쟁과 수익성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 간의 '무료 배달' 경쟁이 전면화되면서 플랫폼이 부담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과 배달 인프라 유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플랫폼사들은 중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경우 지속 가능한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수수료율 조정 대신 다른 형태의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의 대외 경제 여건도 상생안 도출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에너지 가격과 식자재 물가가 동반 상승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당초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는 이러한 비상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 수수료 인하' 방안이 비중 있게 거론되었으나, 플랫폼 업계는 수수료 직접 인하보다는 포장 용기나 식자재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방향 수정을 제안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러한 간접 지원 방식이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더욱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입점업체 내부의 결속력 문제도 협상의 변수 중 하나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주요 입점 단체 일부가 플랫폼 측의 제안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1차 회의에 불참하는 등 단체 간의 이견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측 내부에서도 각자의 매출 규모와 배달 비중에 따라 요구 사항이 엇갈리고 있어, 플랫폼사와 협상할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향후 합의안이 도출되더라도 현장에서의 수용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 중동 정세 불안과 2차 회의의 불확실성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당초 2026년 4월 27일로 예정되었던 2차 회의 일정도 유동적인 상태다. 을지로위원회는 플랫폼 업계가 1차 회의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보완한 '추가 상생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회의 재개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26년 4월 19일 현재, 업계와 정치권은 추가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나 플랫폼사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양보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중동 상황 등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한계 상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상생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만약 자율적인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안 도출이 무산될 경우, 정치권을 중심으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나 공공 배달앱 지원 강화 등 보다 강력한 규제 입법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상생안의 성패는 플랫폼사가 수익성 보존이라는 경영 논리를 넘어 소상공인과의 공생을 위한 가시적인 수수료 인하 혜택을 얼마나 포함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 완화와 입점업체의 수익 개선, 그리고 플랫폼사의 경영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가 어떠한 절충점을 찾아낼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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