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시장과 국내 현물환 시장 간의 가격 괴리가 5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동 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역외 거래가 국내 외환시장 개장가를 흔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외환 당국은 시장 양성화를 포함한 거시건전성 제도 정립을 통해 역외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역내외 가격 차이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와 외환업계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종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적정 NDF(역외차액결제선물환) 환율과 실제 뉴욕 시장에서의 최종 호가 간 격차는 일평균 12.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론적 적정가치와 실제 거래가 사이의 괴리가 극심해졌음을 의미하며, 2020년 12월 당시 기록했던 49.3원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격차다.
NDF는 만기에 계약 환율과 현물 환율 간의 차액만을 달러로 결제하는 선물환 거래의 일종이다. 원화의 실물 인수도가 발생하지 않는 특성상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헤지 수단뿐만 아니라 투기적 목적의 거래 통로로도 빈번하게 활용된다. 특히 한국 시간으로 야간에 열리는 뉴욕 NDF 시장은 국내 외환시장이 종료된 이후 발생하는 글로벌 이슈를 즉각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이튿날 국내 시장의 개장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 역외 NDF 가격 괴리 12.2원 도달
이번 역내외 환율 격차의 확대는 중동 지역의 전쟁 발발이라는 대외 변수가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서울 외환시장이 오후 3시 30분에 마감된 이후 야간 시간대에 발생하는 중동발 뉴스에 뉴욕 NDF 시장 참가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원화의 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린 결과다. 통상적으로 현물환 시장과 NDF 시장의 격차는 일평균 2원에서 5원 안팎의 안정적인 범위를 유지해 왔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평소의 2~6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이러한 가격 괴리는 단순히 수치상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의 실질적인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밤사이 뉴욕 시장에서 형성된 높은 환율은 다음 날 아침 서울 외환시장의 개장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의 환율 개장가는 전날 종가 대비 하루 평균 10.8원씩 차이를 보이며 2010년 5월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기록했던 11.4원 이후 최대 변동성을 기록했다. 일평균 변동률 또한 0.73%에 달해 국내 외환시장의 기초체력을 시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 대외 악재 선반영에 따른 개장가 변동성 심화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역외 거래가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상황으로 진단한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NDF 시장의 특성에 주목하며, 실질적인 외화 수급에 의한 거래가 아닌 차액 정산 방식의 투기적 성격이 짙은 시장인 만큼 외환당국의 직접적인 규제가 미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야간에 발생한 악재가 역외 시장에서 증폭되어 반영될 경우 그 흐름이 다음 날 국내 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역시 최근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이러한 역외 거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달의 극심한 환율 변동성 배경으로 NDF를 포함한 역외 거래를 지목하며, 장부 외 파생상품 거래가 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실물 경제와 괴리된 채 국외 시장의 투기적 수요에 의해 원화 가치가 결정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장 양성화 및 거시건전성 제도 정립 과제
정부와 외환 당국은 이러한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 NDF 시장의 양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신현송 후보자는 원화의 국제화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재 모니터링이 제한적인 NDF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시건전성 제도의 틀 안에서 역외 거래를 관리함으로써 외부 충격이 국내 외환시장으로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역내외 환율 격차는 언제든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야간 NDF 환율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며 개장 초기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당국 또한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역외 시장의 투기적 흐름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원화 가치의 급격한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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