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이 부품비와 정비비 과잉 청구의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하며 연간 10조 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사고 처리 건수가 소폭 증가에 그친 반면 지급액은 최근 5년 사이 30% 가까이 폭등해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험 업계와 전문가들은 보험료 인상 압박을 낮추기 위해 물적 담보 분야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손해율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인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이 최근 5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보험업계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 규모는 8조 1,932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 2020년 기록한 6조 3,546억 원과 비교했을 때 28.9%나 증가한 수치다. 현재 대형 4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약 8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체 손보사의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은 이미 9조 5,000억 원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사고 빈도 정체에도 지급보험금 10조 원 육박
주목해야 할 점은 실제 사고 발생 빈도와 보험금 지급액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동일 기간 전손 처리나 수리 등을 포함한 전체 물적 사고 처리 건수는 4,966건에서 5,056건으로 단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고 발생량 자체는 사실상 정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지급되는 보험금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사고당 처리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4년 연속 이어진 자동차 보험료 인하와 정비 공임 및 건강보험 급여 수가 인상 등의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보험금 증가 폭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의 이면에는 일부 업체의 부품비 및 정비 수리비 과잉 청구와 렌터카 업계의 과잉 영업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4개사의 항목별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부품비로 전체의 43.3%를 점유했다. 부품비는 5년 전과 비교해 42.9% 급증하며 모든 항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수리에 필요한 방청제 등 소모품 가격을 시중가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실제 사용량보다 많은 수량을 청구하는 방식이 보험금 누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 부품비 및 렌터카 대차료 비중 확대와 누수 실태
수리비 항목 역시 전체의 39.8%를 차지하며 보험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수리비는 5년 새 22.7% 증가했는데,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위까지 수리 범위에 포함해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견인 및 정비 업체, 렌트업체 간에 불법 리베이트가 오가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차종의 동일한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직영 사업소와 일반 정비업체 간의 수리비 편차가 크게 발생하는 등 표준화되지 않은 비용 산정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렌터카 대차료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대차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3% 수준이지만 5년간 증가율은 30.6%에 달해 부품비 다음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사고 피해자에게 교통비 지급 대신 렌터카 이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관행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 당국은 최근 이러한 행태에 대해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등 점검에 나섰으나 현장의 과잉 영업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물적 담보 지급액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차량 운행 감소로 잠시 흑자를 기록했던 자동차보험 수지는 2024년 97억 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에는 7,080억 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손실 규모가 폭증했다. 손해율 지표 또한 2023년 80.7%에서 2024년 83.8%, 2025년 87.5%로 매년 앞자리를 바꾸며 상승하고 있다.
▲ 손익분기점 넘어선 손해율과 소비자 부담 가중
통상적으로 보험업계에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하는 손해율이 80%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87.5%는 심각한 적자 구조를 의미한다. 올해 들어 보험료가 5년 만에 1.3~1.4%가량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3.0%포인트 상승하는 등 수익성 악화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누수가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상품 개발이나 판매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 축소와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손해율 악화의 고리를 끊기 위해 인적 담보 위주의 제도 개선에서 벗어나 물적 담보 분야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발생 손해액 중 물적 담보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졌으며 사고의 심도가 깊어짐에 따른 손해율 악화 역시 물적 담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허위·과잉 청구에 대한 제재 강화와 손해사정의 전문성 제고를 통해 부적절한 보험금 집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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