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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2,000원 돌파와 결제 수수료율 인하 분쟁

윤근일 기자
휘발유 2,000원 돌파와 결제 수수료율 인하 분쟁
©연합뉴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주유업계와 카드업계가 결제 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주유업계는 유가 급등에 따른 수수료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카드업계는 역마진 구조에 따른 손실 확대를 호소하며 맞서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은 추가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조치로 인해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석유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며 평균 2,000원 선을 돌파했다. 이러한 고유가 국면은 단순히 소비자 물가 부담에 그치지 않고, 주유업계와 카드업계 간의 고질적인 수수료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 유가 상승에 따른 수수료 부담 가중과 주유업계 요구

한국석유유통협회를 비롯한 주유업계는 최근 고유가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라도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6년 4월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유업계는 현행 매출액 대비 1.5% 수준인 카드 수수료율을 0.8%에서 1.2%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정부와 카드업계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주유업계의 논리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카드 결제 금액이 커질수록 주유소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 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 기반한다.

특히 주유소 카드 수수료 산정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이 핵심 쟁점이다. 주유소에서 결제되는 금액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리터당 휘발유 698원, 경유 436원에 달하는 유류세와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있다. 카드 수수료는 주유소의 순수 매출액뿐만 아니라 이 같은 세금까지 포함된 전체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주유업계는 세금을 대신 징수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해당 세금 부분에 대한 수수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영업이익 대비 과도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최고가격제 시행 기조에 맞춰 기름값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만큼, 카드업계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수료율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카드사 역마진 구조 심화와 수십억 원대 영업 손실

카드업계는 주유업계의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적격비용' 구조를 강조한다. 카드 수수료는 조달비용, 대손비용, 마케팅비용 등 결제 금액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바탕으로 책정되는데, 매출이 증가하면 그에 따른 적격비용 역시 동반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유 업종은 이미 카드사가 팔수록 적자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유 업종의 현행 수수료율은 1.5%인 반면 카드사가 지출해야 하는 실질 원가는 2.1%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유 특화 카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5~10% 수준의 할인 혜택과 각종 마케팅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지난달 주유 업종의 카드 매출은 1월 대비 약 5,3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약 80억 원 수준이었으나, 같은 기간 발생한 비용은 약 112억 원에 달해 결과적으로 약 32억 원의 추가 영업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카드업계는 이미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인 2.08%보다 훨씬 낮은 1.5%를 적용하며 최상위 수준의 우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 금융당국의 추가 인하 선 긋기와 향후 정책 변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재역인 금융당국은 추가 수수료 인하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유소가 이미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되어 일반 업종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인하를 적용할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담배, 주류, 대형병원 등 다른 민생 밀접 업종에서도 연쇄적인 인하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인위적인 수수료 인하가 지속될 경우 카드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던 부가 서비스나 할인 혜택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유가에 따른 민생 경제 안정을 명분으로 수수료 조정을 압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유업계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난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향후 유가 흐름과 정치권의 논의 방향이 이번 수수료 분쟁의 최종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확고하여 단기간 내에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며, 유가 2,000원 시대가 가져온 경제적 파장은 업계 간의 갈등을 넘어 정책적 난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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