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내년에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부채 증가세를 지목하며 대외 충격에 대비한 엄격한 재정 관리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4월호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올해 54.4%에서 내년인 2027년 56.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내년 부채 비율 평균치인 55.0%를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의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산한 국가채무(D1)에 비영리공공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한 지표로, 국제기구가 국가 간 부채 수준을 비교할 때 주로 사용하는 핵심 지표다. 기획예산처 등 관계 기관은 이번 전망치가 한국 재정 운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 비기축통화국 평균 상회하는 부채 비율 역전 현상
대한민국의 부채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이전까지는 40% 미만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재정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며 부채 비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기준 한국의 부채 비율은 54.4%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인 54.7%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년에는 상황이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5년인 2026년부터 2031년까지 한국의 부채 비율은 연평균 3.0%씩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조사 대상인 11개 비기축통화국 중 홍콩의 7.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부채 비율의 총 상승폭 기준으로는 8.7%포인트를 기록해 비교 국가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같은 기간 다른 선진 비기축통화국들의 행보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노르웨이는 부채 비율이 17.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아이슬란드(-10.6%포인트), 안도라(-3.5%포인트), 뉴질랜드(-1.9%포인트), 스웨덴(-0.1%포인트) 등 다수의 국가가 부채 비율을 낮추며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지속적인 부채 증가가 예고되면서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IMF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과 벨기에를 직접 거명하며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는 한국의 인구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저성장 국면이 맞물리며 세수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 경제 성장 속도 압도하는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
부채 규모 자체가 커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지표는 증가 속도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대한민국의 명목 GDP는 2천58조 5천억 원에서 2천663조 3천억 원으로 연평균 5.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직접적인 빚을 뜻하는 국가채무(D1)는 846조 6천억 원에서 1천304조 5천억 원으로 연평균 9.0%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명목 경제성장률의 약 1.7배에 달하는 셈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빚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국가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주요 7개국(G7)인 미국, 일본, 영국 등의 평균 부채 비율이 120~130%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50%대 수치는 지표상 낮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달러나 엔화처럼 국제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부채 수용 능력이 높지만, 원화를 사용하는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 충격이 발생했을 때 자본 유출과 환율 변동 리스크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비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국보다 훨씬 엄격하고 보수적인 재정 관리가 요구된다는 것이 학계와 국제기구의 공통된 견해다.
▲ 대외 리스크 취약한 비기축통화국의 재정 관리 과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평가할 때 재정 건전성은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내년을 기점으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상회하게 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MF 재정모니터가 제시한 2031년까지의 전망치를 보면 한국의 부채 비율은 63.1%까지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코(53.6%), 덴마크(29.8%), 뉴질랜드(54.8%) 등 경쟁국들의 예상 수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싱가포르(174.7%)를 제외하면 한국의 부채 증가세는 독보적이다.
재정 당국인 기획예산처 등은 이러한 경고 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출 효율화를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세입 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지출 소요는 늘어나는 '재정의 엇박자'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26년 4월 19일 오전 9시 11분 기준,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IMF의 이번 발표가 한국 정부의 재정 준칙 법제화 논의에 탄력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경제 성장을 앞지르는 현상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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