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제조업 생산 현장의 인공지능(AI) 전환을 목표로 하는 '맥스(M.AX)' 정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다. 산업통상부는 숙련공의 노하우를 데이터화하여 제조 역량을 보존하고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구조로의 재편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규모 추경 예산을 확보하고 기업과 노동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이 인공지능(AI)과의 결합을 통해 생존을 건 도약에 나선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제조업 생산 현장 전반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I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제조업의 AI 전환(M.AX, 이하 맥스)’ 정책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이는 단순히 설비를 자동화하는 차원을 넘어, 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에 처한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고 산업 생태계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 제조업 숙련공 암묵지 데이터화 및 로봇 매니저 육성
현재 한국의 제조 현장은 50~60대 중심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기피 현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특히 조선이나 원전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이 되는 용접, 주조, 단조와 같은 숙련 기술들은 현장 노동자들의 은퇴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러한 숙련공들이 수십 년간 몸소 익힌 '암묵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AI와 로봇에 학습시키는 것이 맥스 정책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고된 노동 현장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관리하는 ‘로봇 매니저’ 중심의 현대적 일자리로 변모하게 된다.
이러한 일자리 성격의 변화는 노동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청년 인력을 유입시키는 유인책이 될 전망이다. 과거의 이른바 3D 업종으로 분류되던 제조 직무를 첨단 기술직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와 지원을 획기적으로 결합한 '로봇 메가특구'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규제 합리화를 통해 기술 확산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 M.AX 예산 830억 원 투입과 100개 실증사업 추진
정부는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 소위 ‘전쟁 추경’이라 불리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맥스 관련 예산을 대거 포함했다. 산업통상부가 확보한 총 1조 980억 원의 추경 예산 중 830억 원이 맥스 지원 사업에 배정됐다. 당초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삭감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AI 경쟁력이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논리로 국회를 설득한 결과 예산이 최종적으로 반영됐다. 이 예산은 AI 반도체, 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AI 팩토리 등 10개 핵심 분과의 기술 고도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내년까지 100개 이상의 실증사업이 추진된다. 산업 현장의 핵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문별 AI 모델을 개발해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로드맵이다. 이미 지난해 9월에는 1,000여 개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맥스 얼라이언스’가 발족되어 민관 협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리가 산업화의 후발 주자였으나 이제는 세계적인 선도 모델을 직접 제시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고 판단하고 있다.
▲ 노사정 협업을 통한 AI 산업 생태계 선도 모델 구축
맥스 정책의 성패는 현장 노동자와 경영진 간의 유기적인 협력에 달려 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 지도부를 직접 만나 AI 산업 전환에 따른 우려 사항을 청취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기업의 이해관계와 노동자의 생존권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노동자들을 재교육하여 AI 시스템 운용 인력으로 전환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보유한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는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사업 추진의 관건이다.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도 맥스 정책의 시급성을 더한다. 중동 분쟁과 같은 대외 변수가 에너지와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전쟁'이라면, AI 기술 패권은 한국이 직접 참전한 '직접적 전쟁'이라는 것이 정책 당국의 진단이다. 과거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부터 '터프한 협상가'로 평가받았던 한미 관세 협상 당시에도 정책의 중심에는 항상 맥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부는 단순히 제조 공정의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와 소부장 생태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AI 산업 지형을 완성함으로써 국가 제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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