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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수주 및 중동 리스크 변곡점

이성경 기자
ESS 수주 및 중동 리스크 변곡점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보조금 축소 등 대외 악재로 인해 올해 1분기 나란히 2,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중동 분쟁에 따른 고유가 기조가 배터리 수요를 다시 자극하며 업황은 이미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요 기업들은 자산 효율화와 신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하반기부터 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주요 3사가 올해 1분기 전반적인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4월 7일 잠정 실적을 공시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전년 동기 3,7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로 돌아선 결과이며, 이전 분기인 1,220억 원의 손실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된 수치다. 매출 역시 6조 5,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감소하며 외형 성장이 멈췄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북미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와 함께 제너럴모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 중단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미국 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인 AMPC 수혜 규모가 대폭 줄어든 점이 뼈아프다.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한 AMPC는 1,898억 원으로, 전년 동기의 4,577억 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여기에 더해 회계상 표시 방식을 변경하여 전체 세액 공제액 중 고객사 공유분을 제외한 나머지만 영업이익에 반영하기로 한 결정도 장부상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가동률 저하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가중과 보조금 수익 감소가 결합되면서 수익성 방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 북미 시장 둔화와 가동률 저하에 따른 실적 부진 현황

오는 4월 28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 역시 2,000억 원대의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삼성SDI의 1분기 매출액은 3조 5,137억 원, 영업손실은 2,489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다만 3개월 전 예상치였던 2,694억 원 손실과 비교하면 적자 예상 폭이 소폭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는 시장의 우려보다 실질적인 실적 지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도 상황은 비슷하다. 5월 중순 실적 발표가 예정된 SK온은 1분기에만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사이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 분기의 4,410억 원 손실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전년 동기의 2,990억 원 손실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등세를 체감하기 어렵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SK온의 배터리 판매량은 5.2GWh로 전년 대비 12.9% 하락하며 외형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권에서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주 확대를 통한 판매량 확보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중동 분쟁과 에너지 안보가 가져온 업황 반등의 불씨

실적 부진의 터널이 길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를 저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준 중동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역설적으로 배터리 업계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부담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심리를 다시 자극할 수 있으며, 각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신재생 에너지와 ESS 수요를 대폭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배터리 산업의 펀더멘털을 보강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철중 연구원은 이번 전쟁이라는 변곡점이 향후 전기차와 ESS 수요 예상치를 상향 조정하는 명백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의견을 유지하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삼성SDI는 3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업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대규모 수주 성과와 연결되고 있다.

▲ 하반기 흑자 전환을 위한 자산 효율화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편과 재무 건전성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최고경영자는 지난 주주총회에서 현재 20% 수준인 ESS와 신사업 비중을 향후 40% 중반까지 대폭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북미 ESS 시장의 급성장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여 전기차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또한 최주선 대표가 직접 하반기 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의 신뢰를 다독이고 있다.

삼성SDI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의 매각을 추진하며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영업손실 예상치를 기존 5,555억 원에서 2,377억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SK온 역시 북미 ESS 시장에서 복수 고객사와 10GWh 이상, 약 1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2분기 중 본계약이 체결될 경우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을 조기에 달성하게 된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보여준 기술적 자신감과 대규모 수주 성과가 맞물리며 K-배터리의 하반기 대반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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