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제천 의림지 공어 수정란 160만 개 이식... 외래종 퇴치 병행한 생태 복원 가속화

이겨례 기자
제천 의림지 공어 수정란 160만 개 이식... 외래종 퇴치 병행한 생태 복원 가속화
©연합뉴스

 

충북 제천시가 지역의 역사적 상징인 토종 어종 공어의 자원 회복을 위해 대규모 수정란 이식과 생태계 교란종 포획을 병행하는 입체적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극심한 외래어종 확산으로 위협받는 의림지 생태계를 재편하고 과거 명물이었던 공어 서식지를 재건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수정란 부화 시기에 맞춰 포획 사업을 앞당기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며 가시적인 생태 지표 변화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삼한시대 수리시설로 알려진 국내 최고(最古) 저수지 제천 의림지가 외래종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제천시가 고유 어종인 공어(空魚)를 되살리기 위한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의림지는 과거 몸속이 비칠 정도로 투명한 공어가 집단 서식하며 관련 축제가 열릴 만큼 토종 어류의 보고로 손꼽혔으나, 현재는 큰입배스와 파랑볼우럭(블루길) 등 외래종이 생태계의 주도권을 장악한 상태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의림지 낚시객들이 낚아 올리는 어종의 상당수가 배스로 확인될 만큼 토종 어류의 입지가 좁아진 실정이다.

▲ 외래종 점유율 38.5% 달하는 생태 위기 점검

국립중앙과학관 한정호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과거 생태 조사 결과는 의림지의 위기를 수치로 증명한다. 연구팀이 5개월간 두 차례에 걸쳐 의림지 생태계를 정밀 조사한 결과, 채집된 전체 어종 중 외래 도입종의 비중이 3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큰입배스의 높은 분포 비율은 공어와 같은 토종 어종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었다. 제천시는 이러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지난해 6월 의림지와 제2의림지(비룡담저수지)에서 대대적인 생태계 교란 생물 포획 사업을 벌여 큰입배스 85kg과 붉은귀거북 15kg을 수거했으나, 보다 근본적인 복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제천시는 최근 제2의림지에 공어 수정란 160만 개를 이식하며 대규모 개체 수 증식 작업에 돌입했다. 이식된 수정란은 약 한 달의 기간을 거쳐 부화하며, 이후 수로를 통해 하류인 의림지로 이동하여 정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당국은 부화한 치어가 성체로 자라나는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기 위해 올가을 통발을 투입한 성체 개체 수 확인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1980년대 초반 의림지의 공어가 전국 각지의 호수로 이식되어 '빙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재확인하고, 원조 서식지로서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 공어 160만 개 수정란 이식과 맞춤형 포획 전략

단순한 방류를 넘어선 실효성 있는 성과를 위해 시는 외래종 포획 시기를 공어의 생애주기에 맞춰 조정하는 전략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 6월경 실시하던 생태계 교란 생물 포획 사업을 공어 부화 시기인 5월로 앞당겨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천적인 배스 등의 활동을 억제하여 공어 치어의 생존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시는 내년 11월까지 '제2차 도시생태 현황지도 작성 용역'을 진행하여 의림지 어류 조사 및 생태계 교란 생물 종별 분포도를 구체화하고, 보호가 시급한 구역을 선별하여 정밀 관리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정적 노력이 공어 복원의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회장은 공어 복원의 선결 과제로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수질 개선과 함께 배스 개체 수를 적정 수준 이하로 낮추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수정란 이식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관계자 역시 2026년 4월 19일 인터뷰를 통해 공어가 실제 서식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며,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 기후 변화와 수온 상승에 따른 중장기 복원 과제

그러나 공어 복원 사업의 앞길에는 기후 변화라는 또 다른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공어는 차가운 물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저수지 수온 상승은 서식 환경을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공어라는 명칭은 투명한 신체 특징에서 유래했지만, 높아진 수온은 공어의 활동성을 떨어뜨리고 용존 산소량을 감소시켜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외래종 포획이라는 인위적인 개입과 더불어 저수지 수질과 수온을 안정화할 수 있는 생태 공학적 접근이 장기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결론적으로 제천 의림지의 공어 복원은 단순한 어족 자원 증대를 넘어, 역사적 수리시설의 생태적 가치를 회복하는 중대한 과제다. 160만 개의 수정란이 성공적으로 부화하여 의림지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는 향후 진행될 외래종 포획 사업의 성패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달려 있다. 제천시는 이번 복원 시도를 시작으로 과학적인 생태 현황 지도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종 어류와 외래종이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수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행정력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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