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고교 진학 시 흡연 유입 최고조 및 중등 진급기 음주 노출 가속화

이겨례 기자
고교 진학 시 흡연 유입 최고조 및 중등 진급기 음주 노출 가속화
©연합뉴스

 

우리나라 청소년의 유해 물질 최초 노출 시점이 학교급 전환기에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흡연은 고등학교 진학 시기에 가장 많이 시작되며, 음주는 중학교 진학 시점에서 이미 상당수 학생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 단계별 맞춤형 예방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이 수행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담배와 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시기는 학교급이 바뀌는 시점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번 조사는 동일한 집단을 장기간 추적하여 건강 행태의 변화를 살피는 '동일집단 추적 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5,051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2학년까지 총 6년에 걸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청소년의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과 음주의 시작 시점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으나 두 행위 모두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환경적 변화 시기에 유입 속도가 빨라진다는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기존의 단발성 실태 조사와 달리 이번 패널 조사는 동일 인물의 성장 과정을 10년간 추적하도록 설계되어 데이터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 특히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실시된 추적 조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떠한 건강 유해 요인에 노출되는지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향후 교육 현장에서 예방 교육의 시점과 대상을 설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 시점별 유해 물질 접촉 행태 분석

흡연 분야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는 시기에 발생하였다. 질병관리청의 연차별 신규 사용률 분석에 따르면, 고등학교 1학년 진입 시점에 담배 제품을 처음 사용한 비율은 3.29퍼센트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이를 성별로 세분화하면 남학생의 경우 4.31퍼센트가 이 시기에 새롭게 흡연을 시작하였으며, 여학생은 2.25퍼센트 수준으로 나타나 성별에 따른 유입 강도의 차이도 확인되었다.

담배 제품의 종류 역시 일반 담배뿐만 아니라 액상형 전자담배와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등 세 가지 주요 제품군을 포괄하여 조사가 이루어졌다. 학년별 신규 유입 추이를 살펴보면 중학교 1학년 진학 시 0.29퍼센트에 불과했던 수치는 중학교 2학년 1.34퍼센트, 중학교 3학년 2.38퍼센트로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고등학교 1학년 시점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진급하는 과정에서는 3.22퍼센트를 기록하며 유입세가 다소 둔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분석팀은 이러한 결과가 중학교 후반기부터 고등학교 초기까지가 담배 제품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 개입해야 하는 핵심적인 시기라는 점을 명확히 시사한다고 강조하였다. 학교에서의 흡연 예방 교육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역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학교급이 바뀌면서 겪는 환경 변화와 또래 집단의 형성 과정이 흡연 유입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수치로 입증되었다.

▲ 고교 1학년 신규 흡연 진입률 3.29퍼센트로 최고치 도달

음주의 경우에는 흡연보다 훨씬 이른 시점인 중학교 진학 단계에서 이미 위험 신호가 감지되었다. 술을 단 한 모금이라도 마셔본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한 '음주 신규 경험률'은 중학교 1학년으로 진급할 때 15.6퍼센트를 기록하며 전 학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이는 청소년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사춘기 초입 단계에서 주류에 대한 첫 경험을 할 확률이 매우 높음을 의미하며, 흡연에 비해 첫 경험의 시작점이 약 3년가량 빠르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정점을 찍은 음주 신규 경험률은 이후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시기에 각각 12.6퍼센트를 유지하였으며, 고등학교 1학년 13.5퍼센트, 고등학교 2학년 13.1퍼센트로 나타났다. 한 번 정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매년 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지속적으로 새롭게 술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음주 노출이 특정 학년에 국한되지 않고 상시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시는 행위 자체가 향후 습관적인 음주로 이어질 수 있는 선행 요인이 된다고 경고하였다. 따라서 음주 예방 교육의 시점을 현재보다 훨씬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단계에서부터 음주의 유해성을 인지시키고, 중학교 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호기심에 의한 노출을 차단하는 선제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중등 진급기 음주 첫 경험 비중 15.6퍼센트 기록 및 상시화

이번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담배와 술이라는 두 가지 유해 요인이 청소년기에 진입하는 경로와 시점이 명확히 구분됨을 알 수 있다. 흡연은 고등학교 진학 시기의 환경적 영향에 크게 좌우되는 반면, 음주는 중학교 진학 전후의 조기 노출 위험이 더 크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각 유해 물질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예방 전략이 부재했음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청소년건강패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흡연 예방 교육의 시기와 내용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가정 내에서의 보호자 교육을 동시에 강화하여 청소년들이 학교 안팎에서 유해 물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다각적인 방어막을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상급 학교로의 진학이라는 환경적 스트레스가 청소년들의 건강 행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지역사회와 교육 당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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