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권익 보호와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념행사가 일제히 거행됐다. 정부는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국정 핵심 과제로 제시했으며, 민간 단체들은 이동권과 주거권 등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공동체 실현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 공존의 가치를 되새겨보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장애인의 날은 1981년 유엔이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언하며 각국에 기념사업 추진을 권장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한국은 1989년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이를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매년 의미를 기리고 있다. 올해로 제46회를 맞이한 이번 기념일은 정부 주도의 공식 행사뿐만 아니라 장애인 단체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
▲ 정부 기념식 및 장애인 복지 유공자 포상 확대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중앙 기념식을 개최하고 장애인 복지 증진에 기여한 인물들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다.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자로는 20년간 안내견 학교에서 헌신하며 시각장애인 200여 명에게 안내견을 연결한 유석종 씨를 비롯해 총 20명이 선정되었다. 또한 화성시 장애인 콜택시를 2대에서 68대로 대폭 확충하고 무장애 관광 조례 제정에 앞장선 이경희 화성시장애인누릴인권센터장, 국내 최초로 장애인 유권자 운동을 주도한 정원석 한국장애인녹색재단 회장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하여 국가적 차원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기념식 현장에서는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의 인권 및 사회 참여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한 장애인 인권헌장이 낭독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김민석 총리는 축사를 통해 장애인 삶의 질 향상과 기본권 보장이 현 정부 국정 운영의 핵심 지향점임을 분명히 했으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모든 국민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시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며 장애인이 여전히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노동권 및 접근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차별 없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실천적 노력을 촉구하며, 법적·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회복을 위한 국가적 책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동권 확보와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장애인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도 잇따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피플퍼스트 등 207개 단체로 구성된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1박 2일간의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과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등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법안들의 신속한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이 자립 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가자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육받으며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서 장애인 차별 철폐와 실질적인 예산 확보를 통한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반면 정책적 방향성을 두고 장애인 단체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거주시설 장애인 권리 선포 대회를 개최하고, 일방적인 탈시설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협회 관계자들과 시설 이용자 가족들은 복지시설 폐쇄를 전제로 한 정책보다는 시설 이용자의 주거 선택권을 존중하고 현실을 반영한 맞춤형 주거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세밀한 정책 설계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지자체별 예산 확충 및 맞춤형 자립 지원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SNS 메시지를 통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돌봄, 교육, 문화, 일자리 등 모든 영역에서 장애가 삶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들의 오늘이 더 편안해지고 내일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정책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뜻을 전하며,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도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전북도는 관내 등록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난해보다 342억 원 증액된 총 3,69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확대와 권익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행사장 내 마련된 인식 개선 체험 부스와 장애인 생산품 전시관을 둘러보며 장애인 자립 지원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부산시 또한 강서체육공원에서 당연한 일상,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 아래 기념식을 열고 발달 장애인 청년 작가들의 작품 전시와 축하공연을 진행했다. 대구시와 인천, 충북, 경남 등 전국 지자체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이 이어졌다. 이러한 전국적인 움직임은 장애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사회 통합의 핵심 과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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