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와 폭력 가해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자녀의 동의만으로 환자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행위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호의무자 자격 요건을 엄격히 확인하지 않은 채 입원 조치를 강행한 병원 측에 법률 위반 책임을 묻고 즉각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이혼 소송 및 가족 간 폭력 사건에 연루된 보호자들의 동의를 근거로 환자를 입원시킨 정신의료기관의 행위에 대해 명백한 인권 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본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올해 1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조치되었다. 당시 입원 신청서에는 A씨의 부인과 아들이 보호의무자로서 서명했으나, 이들은 법률적으로 보호의무자 자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동의 없는 보호형 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동법 제39조는 정신질환자와 소송 중인 사람이나 그 배우자 등 이해관계가 대립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보호의무자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입원 당시 A씨의 부인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므로 법적 결격 사유에 해당했다.
▲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의무자 자격 결격 사유 간과
더욱 심각한 사실은 입원에 동의한 또 다른 보호자인 아들의 상태였다. 아들은 입원 조치가 이루어지기 전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인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으며, 법원으로부터 '100m 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사건은 이미 검찰로 송치되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 측은 이러한 특수 관계와 법적 제한 사항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아들의 입원 신청을 수용했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입원 결정 과정에서 보호의무자들의 신분과 환자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는 확인했으나, 이들이 환자와 법적 분쟁 상태에 있는지 여부는 면밀히 파악하지 않았다. 이는 의료기관이 입원 절차를 단순히 형식적인 서류 구비로만 판단하여, 환자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법률의 입법 취지를 훼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신건강복지법이 보호의무자 결격 사유를 명시한 이유는 가족 내 갈등이나 재산 분쟁 등을 목적으로 정신질환자를 부당하게 격리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 정신의료기관의 형식적 서류 확인에 따른 인권 침해
이번 결정에서 인권위는 병원 측의 과실이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국가권력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에 의한 입원이라 할지라도, 법령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강제 격리는 불법적인 감금과 다를 바 없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정신질환자와 소송 중인 사람은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병원이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피해자 A씨에 대한 퇴원 심사 절차를 즉각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병원 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보호형 입원 요건과 보호의무자 자격 확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을 명령했다. 의료 현장에서 가족의 주장만을 전적으로 신뢰하여 환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린 사례로 평가된다.
▲ 정신질환자 보호 체계의 법적 책임 강화 및 교육 필요성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국내 정신의료 체계 내 보호의무자 제도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가족에 의한 강제 입원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가족 내부의 복잡한 송사나 폭력 여부를 파악하기에는 행정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인권위는 환자의 인권이 달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의료기관이 가족관계증명서 외에도 소송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소명 자료를 요구하거나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고히 하고 있다.
향후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정신의료기관이 보호의무자의 적격성을 보다 쉽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권위의 권고는 단순히 개별 병원의 시정을 넘어, 전국의 정신의료기관이 입원 절차를 재점검하고 환자의 신체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보호와 인권 보장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사법적, 행정적 감시 체계의 고도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금융진단] 미 증시, 지정학 완화·빅테크 반등에 상승](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98/28/982892.jpg?aspect_ratio=288:168&crop_gravity=northwest&width=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