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고속 및 시외버스 업체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은 모든 노선에 탑승 설비를 도입하고 터미널 운영 방식을 개선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소송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재확인하고 장애인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전남지부는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고속 및 시외버스 탑승권 보장을 요구하는 소송을 공식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개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대중교통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장애인 차별 구조를 법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활동가들은 시외버스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의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거대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현장 중심의 이동권 제한 실태와 소송 제기 배경
소송의 주요 대상은 전남권 시외버스 노선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금호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전남도 내 주요 버스 터미널 운영 사업자들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광양시와 나주시 등 공영 터미널을 운영 중인 기초자치단체들까지 피고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동권 보장의 의무가 단순히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적 인프라를 관리하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도 있음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행 대중교통 체계에서 시내버스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고속 및 시외버스 분야에서는 휠체어 리프트 설치 등 실질적인 설비 확충이 미비한 상태다.
장애인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버스 회사가 휠체어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차량을 즉각 전체 노선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터미널 운영사 역시 승강장 구조 개선과 리프트 운영 지원 등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동의 자유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을 상기시키며 시외버스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법적 쟁점으로 부상한 단계적 도입 시기와 터미널 책임 범위
이번 소송은 과거에 진행되었던 유사한 법적 다툼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2017년에도 장애인 5명이 광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당시 1심 재판부는 금호고속이 새롭게 도입하는 고속 및 시외버스 차량에 대해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인정하면서도 버스 회사의 경영상 부담과 차량 교체 주기 등을 고려해 20년이 넘는 장기적인 이행 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는 이러한 단계적 이행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해왔다. 2040년이라는 시점은 현재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에게 사실상 권리 행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당시 소송에서 터미널 운영 주체에 대한 리프트 설치 요구가 운영권 승계 등의 사유로 기각되었던 점도 이번 소송에서 다시 다뤄질 핵심 쟁점이다. 현재 해당 선행 사건은 양측의 항소로 인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번에 제기된 새로운 소송과 함께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보편적 이동권 확보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과제
교통 약자의 이동권 문제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사회적 통합과 정의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지역 간 이동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지만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차량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는 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거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법적 소송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된 셈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는 휠체어 리프트 설치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문제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민간 버스 회사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 및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외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소송이 장애인 이동권의 실질적 보장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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