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공식화된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고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했으나 첫 회의부터 노동계 일부가 퇴장하며 험로를 예고했다. 특히 올해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도급제 근로자 적용 여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26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1차 전원회의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이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며 향후 수개월간 내년도 임금 수준과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하지만 회의 시작과 동시에 노동계 위원 일부가 위원장 선출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이탈하는 등 초기부터 파행을 겪으며 향후 심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심의는 고물가 상황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시점에 열려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 권순원 교수 신임 위원장 선출과 노동계 반발
위원회는 사임한 이인재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2019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해온 권 위원장은 선출 직후 최저임금 결정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 가치 보호를 달성함과 동시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과 고용 여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임을 강조했다. 그는 밀도 있는 심의를 통해 우리 경제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은 권 위원장의 선출에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이 과거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편안을 논의했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책임자로서 주 69시간 노동제를 정당화하려 했던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공익위원 간사 재임 시절 독단적인 운영으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낮은 인상률을 주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마친 뒤 내란 부역자를 위원장으로 선출하는 회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소속 위원들과 함께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러한 노동계의 강경 대응은 향후 공익위원의 중재 역할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상 노사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경우 공익위원들의 투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노동계가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신뢰하지 못할 경우 심의 결과에 대한 정당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21일 오후에 열린 이번 첫 회의는 신임 위원장 선출이라는 절차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깊은 불신과 갈등의 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 도급제 근로자 적용 여부 등 핵심 쟁점 부상
이번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사상 처음으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최저임금 체계는 주로 시간급을 기준으로 운영되어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노동계는 이러한 고용 형태의 다변화에 발맞춰 보편적 안전망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플랫폼 및 프리랜서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제도가 실질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언급했던 '적정 임금'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향후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와 더불어 도급제 노동자 적용의 기술적 방안과 실효성을 집중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1차 회의 이후 여러 차례의 추가 논의를 통해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와 최저임금 수준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는 이번 심의에서도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고 파산 신청 법인이 팬데믹 시기를 상회하는 경제 현실을 들어 특정 업종에 대한 구분 적용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이는 근로자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 경영계 동결 주장과 노동계 실질 인상 요구의 충돌
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 간 최초 요구안의 간극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계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고물가 기조로 인해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하며 대폭적인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와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호소하며 '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대내외 여건 악화 속에서 동결조차 현장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엄중한 경제 인식을 드러냈다.
위원회의 법정 심의 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이다. 하지만 과거의 전례를 비추어 볼 때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7월 중순이나 말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했다. 올해 역시 도급제 적용 확대와 업종별 구분 적용 등 대형 쟁점들이 산적해 있어 법정 시한 내 타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4월 21일 17시 01분 기준 기사 작성 시점까지 노사 양측은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된 최초 요구안은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결국 2026년 최저임금 결정은 새로 선출된 권순원 위원장이 노사 사이의 극심한 대립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계의 사각지대 해소 요구와 경영계의 지불 능력 반영 요구 사이에서 공익위원들이 제시할 중재안이 사회적 합의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 100만 명 폐업 시대라는 통계적 지표와 실질 임금 보전이라는 노동권의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결과는 우리 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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