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국제유가 브렌트유 배럴당 98달러 돌파 미 이란 2차 협상 불확실성 고조

정휘 기자
국제유가 브렌트유 배럴당 98달러 돌파 미 이란 2차 협상 불확실성 고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이 결렬 위기에 직면하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해상 봉쇄 범위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압도하는 양상이다. 협상 불발 시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원유 시장의 변동성은 극대화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핵심 지표인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점화로 인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지시간 21일 기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8.4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3.00달러, 비율로는 3.14% 급등한 수치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역시 전장보다 2.25달러(2.57%) 오른 배럴당 89.6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러한 유가 급등은 미·이란 간의 2차 종전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따른 원유 선물 가격 폭등

미국과 이란의 휴전 기간 만료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외교적 접점은 갈수록 멀어지는 모습이다. 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의 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양국 간의 신뢰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란 측의 대응 역시 냉담하다. 이란 국영 IRIB는 협상 장소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파견된 대표단이 현재까지 없다고 공식 발표하며 협상 참여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교착 상태는 원유 시장에 공급 부족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냈으며,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자극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미국 정부는 외교적 압박과 동시에 물리적 제재 수위를 높이며 이란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란과 연계된 제재 대상 선박을 나포하는 강경책을 구사했다. 이는 과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국한되었던 대이란 해상 봉쇄 범위가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대되었음을 의미하는 조치다. 이러한 해상 봉쇄의 지리적 확장은 원유 수송로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인 동시에, 실제 군사적 충돌을 대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 및 군사적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시장의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설정된 휴전 기간을 연장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이란에 대한 폭격을 예상한다는 초강력 발언을 쏟아내며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좋은 합의가 아닌 훌륭한 합의를 원한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폭격'이라는 직접적인 단어 사용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이에 대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해상 봉쇄를 명백한 전쟁 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을 인질로 잡는 행위는 국제법상 중대한 위반이라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형국이다.

▲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붕괴 우려와 시장 전망

실물 경제 측면에서의 공급망 마비 우려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글로벌 원자재 거래 기업인 트라피구라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이미 약 10억 배럴 규모의 원유 공급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트라피구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드 라힘은 현재의 대치 상황이 한 달 더 지속될 경우 공급 손실 규모가 15억 배럴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급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막대한 물량이다. 설령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어 사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공급 차질과 훼손된 물류망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제 원유 시장은 미·이란 간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향후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휴전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양국의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해 110달러 선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연되고 있는 미 협상단의 출발과 이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감지될 경우 시장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확고하고 군사적 압박이 실질적으로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다툼이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 또한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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