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헌재, 재판소원 1호 사건 지정…녹십자 백신 담합 과징금 판결 심리 개시

이성경 기자
헌재, 재판소원 1호 사건 지정…녹십자 백신 담합 과징금 판결 심리 개시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 후 첫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제약사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처분 관련 대법원 판결 취소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제도 운영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촉발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재판을 취소할지 판단하는 첫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였다. 이는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조항이 담긴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공포·시행된 지 약 한 달 반 만의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제약사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취소 사건(2026헌마716)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 재판소원 제도 첫 전원재판부 회부 의미

이번 사건은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525건 가운데 최초로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례이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사전심사에 회부된 총 266건 중 265건이 각하된 상황에서, 이번 전원재판부 회부는 헌법재판소가 해당 사건의 중요성과 헌법적 쟁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새로운 재판소원 제도가 실제 사법 시스템에 미치는 파장을 가늠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녹십자 백신 담합 사건의 복잡한 쟁점

녹십자 사건의 핵심은 복잡한 법적 판단의 충돌이다. 녹십자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워 1순위로 낙찰받아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10월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은 지난 2월 12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기각하며 녹십자의 패소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와 상반되게, 대법원은 녹십자를 포함한 제약·유통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 형사 사건에서는 작년 12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형사재판부는 애초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에서 서울고법이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것과 형사판결의 결론이 상반되면서, 녹십자는 '원심 판결이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하고,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하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 없이 이를 기각한 것이다. 이에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 대법원 심리불속행 제도 논쟁 재점화

이번 사건은 그간 재판 당사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제도 운영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정면으로 다루게 됐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린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1994년 대법원 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판결문에 구체적인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당사자들의 불만을 야기해왔다. 현재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70% 이상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는 실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청구인인 대법원장에게 전원재판부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답변을 요청했으며,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에도 회부 통지와 함께 의견을 요청하고 법무부 장관에게도 회부 사실을 통지했다. 다만, 법원행정처와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관련 협의를 이어오고 있으나,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법원이 관련 사건기록을 헌재에 어떤 방식으로 송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전원재판부 심리 끝에 재판을 취소할 경우 후속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향후 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쳐 중요한 논의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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