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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협상 교착, 중동 긴장 격화 속 WTI 100달러 육박

정휘 기자
미국-이란 협상 교착, 중동 긴장 격화 속 WTI 100달러 육박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진전 부재로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9.93달러에 마감하며 100달러에 근접했다. 중동 불안정과 UAE의 OPEC 탈퇴 선언이 복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서 이틀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28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3.56달러(3.69%) 오른 배럴당 99.9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7일 기록했던 112.95달러 이후 약 3주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심화가 유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미국-이란 협상 교착과 중동 긴장 고조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최근 제안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주말 완전한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뒤,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추진하자는 '단계적 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이러한 민감한 사안인 핵 협상을 뒤로 미루려는 이란의 제안은 미국 측의 수용을 얻지 못하며 양국 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육군은 미국을 향해 "우리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많은 카드들을 갖고 있다"며 "적에 대해 더욱 결정적이고 더욱 파괴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며 국제 유가 시장에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거론되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휴전 또한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활용하는 공격용 터널 2곳을 폭파하는 작전을 감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터널 파괴 후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예고해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중동 지역의 긴장감 고조는 뉴욕장에서 WTI 가격을 한때 101.82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 UAE OPEC 탈퇴 선언과 시장 반응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에 일부 하방 압력을 가한 사건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OPEC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협의체) 탈퇴 선언이었다. UAE는 내달 1일부로 OPEC 체제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수하일 모하메드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인프라부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발언, 사실상 증산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현재 OPEC 체제에서 UAE의 일일 생산 할당량은 약 340만 배럴 수준이다. 그러나 UAE는 오는 2027년까지 일일 500만 배럴의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을 가지고 있어, 이번 탈퇴 선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원유 공급량 확대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UAE의 이러한 발표는 국제 유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 미쳤다. 100달러를 상회하던 WTI 가격은 UAE의 탈퇴 선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순간적으로 98.18달러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의 높은 유가가 원유 '생산' 문제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운송' 문제 때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WTI는 다시 반등하여 주로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임을 보였다.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에너지 생산 능력 확대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UAE는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OPEC 회원국들을 묶어두는 결속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국제유가 시장의 복합적 전망

스톨리핀 경제성장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보리스 코페이킨은 UAE의 OPEC 탈퇴 결정이 초기에는 유가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UAE의 증산 의지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국제 유가 시장은 현재 상충하는 여러 요인들 사이에서 복잡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교착 상태, 이란의 강경 발언,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을 유지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원유 수송로의 불안정성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반면, 세계 7위 산유국인 UAE의 OPEC 탈퇴 선언과 이에 따른 잠재적인 증산 움직임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을 확대하고 유가 상승세를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산유국의 공급 전략 변화라는 두 가지 큰 축을 주시하며 유가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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