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선이 약 200척에 달하며, 이는 중동 지역의 해운 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 해운사들이 선박 재배치와 나포 위협에 직면했으며, 미국과 유럽은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국제적 연합체 구상을 추진한다. 이 사태는 글로벌 에너지 및 물류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 핵심 해상 무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해협을 오가는 상선들의 움직임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의 주요 경로로 기능한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해협의 불안정성은 즉각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
▲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18% 감소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AXS 마린의 자료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 당시 걸프 해역에 머물던 모든 종류의 상선 수는 1,114척이었으나, 4월 29일 기준 913척으로 약 18%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약 200척의 선박이 이 기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여 빠져나갔음을 의미한다. 남아 있는 선박 중에는 270척 이상의 유조선, 약 20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그리고 30여 척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포함된다. 이 수치에는 애초 해역을 떠날 계획이 없는 원유 산업 지원선 등도 포함되어 있어, 실제 봉쇄로 발이 묶인 선박 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해운 데이터 업체 케이플러(Kpler)의 자료는 의약품, 식료품, 가구, 산업용 부품 등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전쟁 초기 155척에서 118척으로 줄었으며, 이 중 30척은 이란 선적이라고 보고한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는 15척의 선박 중 4척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빠져나가게 했으나, 이 중 2척은 이란에 나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전쟁 초기와 동일하게 6척의 컨테이너선을 걸프 해역에 유지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CMA CGM은 초기 15척 중 2척을 탈출시켜 현재 13척이 남아 있다. 중국원양해운(COSCO)은 4척 중 2척이 해협을 벗어났고, 독일 하팍로이드의 컨테이너선도 7척 중 1척이 줄어 6척이 남아 있다. 이러한 선박 이동은 해운사들이 중동 지역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주요 해운사 선단 재배치 및 위험 노출
이란의 공격 위험에 대비해 선박들이 GPS 신호를 비활성화하거나 위조하는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4월 29일 기준 이러한 선박의 비율은 31%에 달하며, 이는 전쟁 발발 전 16%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관행은 해상 안전을 위협하고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동 해역의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상 보험료 인상과 운임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무역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한다. 로이터 통신 또한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성이 원유 및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도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해양 자유 연합'이라는 새로운 국제 연합체 구상을 추진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미 국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 주도 연합체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외교적으로 협력하며, 제재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는 중동 지역의 해상 안보를 강화하고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 국제 사회의 해협 안전 확보 노력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영국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위한 국제회의를 주도해 온 프랑스 측은 미국 주도 연합이 자신들의 계획과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 장관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작전은 프랑스 계획과는 성격이 다르며, "일종의 보완책"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장관은 프랑스가 미국 주도 국제 연합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프랑스의 공동 임무가 현재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계획이 최종 확정되어 역내 파트너들에게 구상을 제시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을 지원할 다국적 임무 창설을 목표로 지난달 국제 정상회의와 군사회의를 잇달아 개최했다. 한국을 포함한 40여 개국이 이들 회의에 참여했으며, 이는 국제 사회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운 활동과 국제 사회의 외교적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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