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도체 착시 경제 성장, 내수 부진 속 산업 양극화 심화

정휘 기자
반도체 착시 경제 성장, 내수 부진 속 산업 양극화 심화
©연합뉴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3.0%의 제조업 생산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이는 반도체 산업의 14.1% 성장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0.2% 증가에 그쳤으며, 서비스업 또한 금융·보험업의 성장과 달리 숙박·음식점업 및 예술·스포츠·여가업 등 내수 밀접 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산업 간 'K자형 양극화'는 서민들의 체감 경기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고 있다.

2026년 1분기 한국 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전 분기 대비 3.0% 증가하며 2020년 4분기 이후 5년 1분기 만에 최대폭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은 반도체 생산이 직전 분기보다 14.1% 급증하며 견인한 착시 현상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0.2%에 불과하여, 특정 산업에 편중된 성장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은 2024년 4분기 1.1% 증가 이후 2025년 1분기 -0.1%로 감소 전환했으며, 2분기 0.3% 소폭 증가했으나 3분기(-0.2%)와 4분기(-0.5%)에는 내리 감소세를 보였다. 1분기 전산업, 광공업, 서비스업, 소매판매, 설비투자, 건설기성 등 6대 지표가 모두 증가하며 202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동반 성장을 기록했지만, 그 내면에는 업종별 극명한 명암이 엇갈린다.

광공업 생산 지표는 전체적으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세부적으로는 절반 가까운 업종에서 생산이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확산지수는 지난 1월 52.8에서 2월 47.9로 하락한 뒤 3월(49.3)까지 기준치 5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50보다 낮다는 것은 생산이 감소한 업종의 수가 증가한 업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지난 3월에는 생산 증가 업종이 34개, 감소 업종은 35개로 집계되었다.

서비스업 역시 업종별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금융·보험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4.7% 증가하며 2022년 3분기 이후 14분기 만에 최대폭 성장을 달성했다. 반면, 내수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은 1.3% 감소하여 2024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또한 지난 1분기 3.2% 감소하며 2022년 4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최대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고용과 내수로 확산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과거 주력 산업인 자동차와 달리 종사자 수도 크지 않고 연관 산업 범위도 좁다"며 "반도체 산업의 취업 유발 효과나 생산 승수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산업과 서민 밀착형 산업 간의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양 교수는 또한 "금융·보험업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고 전문성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면서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이미 포화 상태라 양극화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산업 간 양극화는 소득 격차 확대로 이어져 계층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반도체 대기업 성과급으로 대두되듯 산업 격차가 벌어지면서 취업자 간 임금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소수의 임금근로자가 내수 소비를 이끌다 보니 자영업 경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결국 산업간 양극화, 내·외수 간 양극화, 계층 간 양극화가 나타나고 증시 호황으로 자산가와 비자산가 간 양극화도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에서는 1분기 6대 주요 경제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는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나, 이는 지표의 총합적 개선일 뿐 개별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 다변화와 내수 기반 회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광석 실장은 "주요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가운데 방위산업에도 추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전쟁 복구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 역시 새로운 사업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불균형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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