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경선 불복과 후보 난립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정당 공천 없는 구조 속에서 민간단체 주도의 단일화 신사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교육감 선거의 본래 취지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하고 전문성 낮은 후보의 무리한 공약 남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난 2006년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이후 2007년 부산시 보궐선거에서 처음 시행되며 주민이 지역 교육 수장을 직접 선출한다는 목표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도입 20년을 맞은 현재, 정당 공천이 배제된 선거 구조가 오히려 민간단체 주도의 단일화 과정에서 경선 불복을 초래하고 후보 난립을 가속화하며 제도적 한계를 드러낸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만 의존하는 현행 방식은 선거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정당 공천 없이 개인이 출마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각 진영 시민단체들이 임의로 민간 기구를 조직하여 선거인단 투표나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정하는 비공식적 절차가 고착화되었다. 문제는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강행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에서는 경선 탈락 후보의 독자 출마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민간 단일화 기구가 후보자들과 '결과 승복' 신사협정을 맺지만, 이는 말 그대로 신사협정에 불과하여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경선 패배 후 독자 출마, 그리고 후보 난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고착화하며 진보·보수 진영 후보가 일대일로 대결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직선제 도입 이후 보수 진영이 단일 후보를 내는 데 번번이 실패하며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2010년부터 '2026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권혜진 상임대표는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독자 출마를 해도 추진위에서는 어떤 규제도 할 수 없다"며 "오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약속이 16년간 지켜져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권 상임대표는 최근 경선 패배 후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경찰에 경선 과정 수사를 요청한 한만중 예비후보의 행보를 "민주·진보 교육감 탄생에 대한 염원과 추진위의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경선 불복 문제와 함께 선거인단 투표 시스템의 한계 또한 지적된다. 교육감 선거의 관심을 높이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선거인단 제도는 일정 금액의 참가비를 납부한 시·도민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후보들의 '동원력'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선거인 수가 크게 차이 나면서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재단법인 교육의봄 안상진 부대표는 "교육 정책에 정말 관심이 있는 사람보다는 후보와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이 선거인단에 대거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 단계에서 밀린 후보들은 정작 (일반) 서울시민들에게는 선택받아보기도 전에 끝나는 것"이라고 짚는다. 앞서 서울시 교육감 진보 단일화 과정에서는 서울시민이 아닌 경기도민이 선거인단 자격으로 투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며, 민간단체인 추진위가 선거인단의 실제 주소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났다.
교육감 출마의 '진입 장벽'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남발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입학준비금, 교육바우처, 사회진출준비금 등 현금성 정책이나 교육감 권한 밖의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다수 발견된다. 이는 교육 현장 경험이나 정책 전문성이 부족한 후보들이 정치적 욕심으로 출마하며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리수 공약을 제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현행 교육감 선거는 손만 들면 나올 수 있는 '반장선거'나 다름없다"며 교육 현장 경험이 전무하거나 정치적 욕심이 큰 후보들이 정책적 식견 없이 도전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안상진 교육의봄 부대표는 "일부 후보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공약을 가지고서 연이어 출마하고 있는데, 아무도 이를 비판하지 않는 데다 출마에 제약 역시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분석하며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적한다.
물론 교육감 직선제는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교육의 자율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긍정적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이러한 긍정적 취지를 퇴색시키고 선거 과정의 혼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 시행 20년을 맞아 그간 드러난 한계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경선 불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 마련, 선거인단 시스템의 투명성 및 공정성 강화, 그리고 후보의 전문성 검증 절차 도입 등 교육감 선거 제도의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 노력은 교육감 선거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지역 교육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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