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 폭발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군사 작전 참여를 재차 압박하나, 국방부는 사고 원인 규명과 국내법 절차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다. 청와대는 검토 입장을 밝혔으나, 군 당국은 함정 파견에 필요한 국회 동의 및 전력 부족 문제를 제기하며 즉각적인 투입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와 국내 상황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유지하는 양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해운사 HMM 선박 폭발·화재 사고를 빌미로 한국의 군사 작전 참여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으나, 한국 국방부는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란이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해 한국 화물선 등에 발포했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작전 합류를 촉구했으나, 해당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고가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인지, 선박 자체의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며 후속 대응 방향을 검토한다.
한국 정부는 사고 선박을 인근 항구로 예인하여 폭발 및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 최소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초기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한 해상 기뢰나 자폭 드론 등에 의한 피격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선박 피해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내부 결함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되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사고 원인 규명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후속 대응 방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국방부는 "국제법과 국제 해상로의 안전, 한미동맹 및 한반도 안보상황,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 고려한 가운데 우리의 입장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군사적 기여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으며, 이는 한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청와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안에 대해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의 이러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작전 참여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박 폭발 원인이 불명확하고 함정 등 군 자산 파견에 제약이 많아 청와대의 발표가 한미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한다. 관세 협상이나 주한미군 문제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군 자산을 투입하는 것을 종전 후 이뤄질 최후 단계의 조치로 판단하며, 현재 실질적인 전시 상황인 해협에 청해부대 전력을 파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현재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으로부터 약 2천㎞ 떨어진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청해부대의 주 전력인 4천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은 기본적인 방호체계는 갖추었으나, 드론이나 미사일 공격이 빗발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방호체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5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으나, 우리 정부는 당시에도 신중론을 유지하며 군함을 파견하지 않았다. 그간 우리 군 당국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원을 위한 다국적 논의에 참여해 왔으며, 이 협의체는 종전 후 기여 방식을 주된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한 '해양 자유 연합'이라는 새로운 국제 연합체를 제안했으며, 한국 역시 참여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당장 호르무즈 해협에 전력을 파견하지는 않더라도, 미측의 기여 요구에 호응하기 위해 정보 공유나 연락장교 파견 등 제한적이고 비전투적인 기여를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하면서도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한 절충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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