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서 추진된 헌법 개정안이 39년 만에 또다시 무산되었다. 여야 간 이견과 대치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표결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2018년과 2020년에 이은 세 번째 좌절 사례로 기록된다.
22대 국회에서 추진된 헌법 개정안이 39년 만에 또다시 무산되면서 정치권의 입법 기능 마비 상태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민의힘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으며,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진행되지 않거나 필리버스터 예고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개헌안과 2020년 국민발안제도 개헌안의 실패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이번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4·19 혁명,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 계승 내용이 포함되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을 지체 없이 받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 논의 장기화와 6·3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 무산 우려로 개헌안에서 제외되었다.
개헌안 무산의 배경에는 대화와 협치가 실종된 현 정치 상황이 자리한다. 여야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특검법, 사법개혁안, '노란봉투법' 등 주요 사안에서 충돌을 반복하며 정쟁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정쟁 요소가 적은 개헌 논의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 무산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 의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은 것은 치명적인 하자"라며 "헌법개정자문위 여론조사를 근거로 했다고 하지만 밀실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 교수는 또한 "한 정파의 반대로 표결조차 못 했다"며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국민의 투표 기회를 박탈한 부분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개헌을 강행 처리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쟁을 이유로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치에서 정치력이 빠진 것 같다"며 "타협하고 양보해가는 정치를 국민들이 원하는데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 자체가 안 보이는 것 같다"고 현 정치 상황을 진단하였다.
개헌안 처리 무산 이후 여야는 서로를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국민의 판단 기회를 빼앗았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보를 "독재의 길이고 내란의 길"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다만, 22대 국회 후반기에는 개헌 논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출마 후보들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개헌 의지를 표명하였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차기 국회의장이 개헌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며 협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국민의힘 역시 전날 입장문을 통해 후반기에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하여 헌법 전문부터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개헌안을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하였다. 하지만 여야 합의로 개헌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정치 구조 개편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세부 방식에서 각계각층의 이견이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인 국민투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국회를 통과한 개헌안은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2028년 23대 총선까지 약 2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개헌안만을 위한 투표가 진행될 경우 과반 투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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