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16.1% 급등하며 국내 물가 전반에 시차를 두고 강력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및 석유가격 안정 정책으로 단기적 물가 상승은 억제되었으나, 중동 긴장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파고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공급 물가지수 역시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업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가 전월 대비 16.1%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나타내며 국내 물가 상승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1998년 1월 17.8% 상승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의 특성상 향후 국내 물가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단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정책적 방어막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 물가는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를 기록하여 OECD 평균 4.0%를 크게 밑돌았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 또한 5.2%로 OECD 평균 8.1%와 비교하여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가격 안정 정책은 이러한 단기적 물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정부는 시장 가격 상승분 일부를 흡수하는 가격 안정 정책과 유류세 인하 연장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제 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경로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반등하였으나, 석유류를 제외할 경우 1.8%에 머물러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크게 들썩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글로벌 물가 상승 흐름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로 전이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OECD 회원국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와 공업품 등 주요 수입 단가가 동반 상승하는 추세이며, 국제 유가 급등이 에너지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인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생산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수입 물가 상승은 기업의 생산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1.6% 상승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과 동일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관 기준 수입물가와 국내 출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 역시 전월 대비 2.3% 상승하여 2022년 4월 2.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수입품과 국내 생산품을 모두 포함하는 공급 단계 전반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는 석유최고가격제를 중심으로 물가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일시에 반영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여 체감 물가 충격과 2차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취지이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비용 상승 압력이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정책 효과가 점차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어서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다른 정책 수단을 병행하거나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국제 유가 오름세가 석유류를 넘어 주요 원자재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임을 감안할 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수입물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전방위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러한 상황을 경고하며,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화 정책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물가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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